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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일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의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감성충만 시 2020.12.06

아주 먼 그때 - 이기철

네 곁에 앉았다 떠나오면서 처음으로 내 속에 꽃이 핀 걸 알았다 어느 주소록에도 없는 내 이름을 네가 처음 불렀을 때 비로소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었다 내 가난한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 천천히 떠나는 계절뿐이었을 때 가난의 누이인 네가 와서 내 가슴의 동풍이 되어주었다 구름이 흘러가는 서쪽 바람이 불어오는 동쪽 그 어느 언저리에서 우리는 우리가 결코 먼지가 아님을 알았다 헐한 음식을 먹고 남루를 입었어도 우리가 신선한 별임을, 별일 수 있음을 알았다 꿈꾸는 밤이 잦아졌다 과오마저도 신선해지는 날이 있음을 알았다 하늘 쳐다보면 별의 말을 알아들을 것 같았다 긴 하루가 뻐뚜기 울음처럼 짧아짐을 알있다 모방할 수 없는 보석이 우리의 가슴에 숨쉬고 있음을 알았다 아주 먼 그때

감성충만 시 2020.12.06

가을 밤 - 이기철

나는 나뭇잎 지는 가을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때로 슬픔이 묻어 있지만 슬픔은 나를 추억의 정거장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있다 나는 가을밤 으스름의 목화밭을 사랑한다 목화밭에 가서 참다참다 끝내 참을 수 없어 터뜨린 울음 같은 목화송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임을 생각하고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보드랍고 이쁜 것임을 생각하고 토끼보다 더 사랑스러운 그 야들야들한 목화송이를 만지며 만지며 내가 까아만 어둠 속으로 잠기어 가던 가을 저녁을 사랑한다 그땐 머리 위에 일찍 뜬 별이 돋고 먼 산오리나무 숲속에선 비둘기가 구구구 울었다 이미 마굿간에 든 소와 마당귀에 서 있는 염소를 또 나는 사랑한다 나락을 실어 나르느라 발톱이 찢겨진 소 거친 풀 센 여물에도 좋아라 다가서먼 어둠 속에서 툭툭..

감성충만 시 2020.12.06

늙은 호박 - 박철영

세상사를 말할때는 겉만 보고 말하지 마라 홀로 꽃피우고 맺힌 호박덩이 일지라도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살지 않았다 숨 턱턱 막힌 삼복더위와 처서 넘은 입동까지도 지칠 줄 몰랐을 저 불 같은 성정 초겨울 서릿발 돋친 논두렁에서 넝쿨까지 마른 너를 거둬 두동강을 낸 뒤에야 한 여름날 사라진 뜨거운 해가 네 안에 빼곡한 걸 알았다 시집 월선리의 달 2015 문학들

감성충만 시 2020.12.06

꽃잎은 오늘도 지면서 붉다 - 이기철

오늘 내 발에 밟힌 풀잎은 얼마나 아퍘을까 내 목소리에 지워진 풀벌레 노래는 얼마나 슬폈을까 내 한 눈 팔 때 져버린 꽃잎은 얼마나 내 무심을 서러워했을까 들은 제 가슴이 좁고 산은 제 키가 무겁지만 햇빛 비치는 곳에는 세상의 아름다운 삶도 크고 있다 길을 걸으며 나는 오늘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그들이 걸어간 길의 낙엽 한 장도 쓸지 않았다 제마음에도 불이 켜져 있다고 풀들은 온종일 꽃을 피워들고 제마음에도 노래가 있다고 벌레들은 하루 종일 비단을 짠다 마른 풀잎은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따뜻하다 나는 노래 보다 아름다운 풀꽃 이름 부르며 세상길 간다 제 몸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뭇잎은 땅으로 떨어지고 제 사랑 있어 세상이 밝다고 꽃잎은 오..

감성충만 시 2020.11.20

나무들은 때로 붉은 입술로 말한다 - 이기철

사랑하는 시간만 생이 아니다 고뇌하고 분노하는 시간도 끞ㅎ는 생이다 기다림만이 제 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뾰루치처럼 붉게 핀다 날아간 새들아 어서 돌아오너라 이 세상 먼저 살고 간 사람들의 안부는 이따 묻기로 하고 오늘 아침 쌀 씻는 사람의 안부부터 물어야지 햇빛이 우리의 마음을 배추잎처럼 비출때 사람들은 푸른 벌레처럼 지붕 아래서 잠쌘다 아무리 작게 산 사람의 일생이라도 한 줄로 요약되는 삶은 없다 그걸 아는 물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간다 반딧불 만한 꿈들이 문패 아래서 잠드는 내일이면 이세상에 주소가 없을 사람들 너무 큰 희망은 슬픔이 된다 못 만난 내일이 등 뒤에서 또 어깨를 툭친다 생은 결코 수사가 아니다 고통도 번뇌도 힘껏 껴안는 것이 생이다 나무들은 때로 붉..

감성충만 시 2020.11.20

만경강의가을

동료들과 나이트 근무 들어가기전 웃음 코드가 비슷한 사람들과 점심 한끼 같이하고 흐드러지게핀 코스모스와 갈대밭을 구경하였다 19금 야한 이야기들과 동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하하호호 ~~~~~~ 만경강의 코스모스는 색이 곱고 화려하다 우리 고유 코스모스가 아닌 외래종이라고 한다 국산이 아니면 어떤가 보아서 이쁘면 그만이다 코스모스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모습이 넘 이쁘다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답다고 안치환은 말했지 같은 검정색 계통의 옷들과 분홍 살사리 꽃이 묘하게 잘어울린다 사람들은 코로나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자연은 시절을 알고 어김없이 꽃은 피고 단풍은 들고 억새는 피어난다 만자샘 과는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나만 잘났다고 우겼던 나의 어리석음이 세월이 흐른뒤에 알았다

나의 하루 2020.10.16

한호흡 - 문태준

꽃이 피고 지는 그사이를 한호흡이라 부르자 재몸을 올려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은 한 번 더 올려 꽃잎을 떨어뜨러 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 에게도 별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 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실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감성충만 시 2020.09.26

방장산 산행 ( 20 - 31)

구달라 모임에서 일박을 하면서 운장산 산행을 하기로 정하고 모두들 연가를 받아놓은날인데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휴양림 사용이 제한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리하여 당일치기로 가까운 방장산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사심 백대명산 하나 찍어야겠다는 흑심도 작용하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휴양림 입구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일단 발열검사는 기본이고 안내판에 그려진 바코드를 핸드폰에 입력하여 신상정보를 모두 기록한후에 입장이 가능했다 안내를 맡아보시는 분의 친절한 설명에 의하여 우리는 7번 주차장 앞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동료들과의 산행은 정말 즐겁다 할말도 많고 서로 공통의 대화거리가 있어서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산에는 사람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방장산 전체에 우리 네사람 만이 산..

백대명산 산행 2020.09.17

나의하루

전날 정순이와 함께 노을이 지는 서동 공원에서 김밥을 먹고 연꽃향기를 맡으며 걷기 운동을 했다 노을이 아름답다 가까운 곳에 있는 서동공원을 야간에 와보기는 처음이다 오색찬란에 불빛에 형형색색 야경의 모습이 넘 아름답다 "걸음아 나 살려라" 어플을 다운 받아서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할 생각이였으나 매일 시도하지 않는다 피곤하다는 핑계와 이유를 대면서 ... 매일 늘어나는 뱃살과 체중계의 숫자를 바라보면서 긴 한숨을 내쉬기만 하면서 ... 정순이의 호출을 받아 서동공원에 와서 오랫만에 걷기 운동을 해본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민아샘이 치과까지 운전을 해줘서 치과 치료를 받았다 지난번 인플란트 기둥을 심으면서 절개한 부위에 실밥을 뺐다 몇일더 있다가 경과를 봐가면서 본을 뜨기로 했다 3월부터 시작한 치과 치료가 ..

나의 하루 2020.09.07

새로오신 원장님

구월이 시작되었다 어수선하고 혼돈의 팔월이 갔다 15년동안 한번도 바뀐적이 없었던 우리 요양원 원장님이 15년만에 다른분으로 교체되었다 과연 원장이 바뀔것인지 아니면 한번더 유임이되어 3년을 더 맡게 될것인지 모든 선생님들의 관심사가 결국은 다른분으로 교체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복지과 팀장님의 당부가 있었고 나역시 같은 생각이다 돌아서서 가는 뒷모습이 쓸쓸해보였다 새로운 원장님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계신분일까 부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든든한 정신적인 지주 역활을 해주시기를 마음적으로 기대해본다 나역시 올해말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아니면 재계약을 하든지 만약 떠나게 된다면 남들이 경희샘 안보이니까 넘 좋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하는데 ..... 열심히 살았는지..

나의 하루 2020.09.01

베란다 페인트칠

엉망이였던 베란다에 페인트칠 작업을 혼자 하였다 몇달전 사두었던 페이트도 있고 삼일씩 휴가인데 마땅히 어디 간다는 것이 코로나로 인해 머뭇거려진 날 과감히 페인트 작업에 도전했다 어차피 할것인데 누군가 해달라고 하기에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사위한테 해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서 혼자 하기로 맘을 먹고 도전한지 이틀만에 깨끗한 베란다로 변신시켰다 이곳 저곳 사진을 전송하면서 자랑질 하는것도 잊지 않았고 스스로 대견했다 작은키로 이것 저것 올려놓고 페인트 작업이 엄청 힘들었다 땀은 비오듯 하고 칠하다말고 화장실 가서 샤워도 하기도 하면서 이틀만에 정리 정돈을 마치었다 키가 작아서 로라를 이용하여 칠을 하여도 로라가 잘가지 못하는 미세한 부분은 작은 붓으로 칠해야 하는데 그런 미세한 작업은 포기하였다 또한 칠하..

나의 하루 2020.08.31

강물의 일 - 허연

사람의 일에도 눈물이 나지 않는데 강물의 일에는 눈물이 난다 사람들이 강물을 보고 기겁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총구를 떠난 총알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강물은 어떤 것과도 몸을 섞지만 어떤 것에도 지분을 주지 않는다 고백을 듣는 대신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강물의 그일은 오늘도 계속된다 강물은 상처가 많아서 아름답고 또 강물은 고질적으로 무심해서 아름답다 강물은 여전히 여름날이 되시의 대세다 인간은 어떤 강물 앞에서도 정직하지 않다 인간은 어떤 강물도 속인다 전쟁터를 누비던 강에게 도시는 비겁하다 사람들은 강에게 무엇을 물어보든 답을 들을 수는 없다 답해줄 강물은 이미 흘러가버렸기 때문이다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일 여름날 강이 하는 일

감성충만 시 2020.08.26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 허연

불빛이 누구를 위해 타고 있다는 설은 철없는 음유시인들의 장난이다 불빛은 그저 자기가 타고 있을 뿐이다 불빛이 내것이었던 적이 있는가 내가 불빛이었던 적이 있는가 가끔씩 누군가 니 대신 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내 대신 지하도를 건너지도 않고 대학병원 복도를 서성이지디도 않고 잡지를 뒤적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걸 그 사실이 겨울날 새벽보다도 시원한 순간이 있다 직립 이후 중력과 싸워온 나에게 남겨진 고독이라는 거 그게 정말 다행인 순간이 있다 살을 섞었다는 말처럼 어리숙한 거짓말은 없다 그건 섞이지 않는다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다시 밖으로 나갈자다 세찬 빗줄기가 무엇하나 비켜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남겨놓은 것을 본적이 있는가 그 비가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있었던가 나를 용서한 적이..

감성충만 시 2020.08.26

나는 아직도 - 박재삼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 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감성충만 시 2020.08.26

햇빛의 선물 - 박재삼

시방 어릿여릿한 햇빛이 골고루 은혜롭게 한ㄹ에서 땅으로 내리고 있는데 따져보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무궁무진한 값진 이 선물을 그대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은 절실하건만 내가 바치기 전에 그데는 벌써 그것을 받고 있는데 어쩔수가 없구나 다만 그 좋은 것을 받고도 그저 그렇거니 잘모르고 있으니 이 답답함을 어디 가서 말할 거나

감성충만 시 202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