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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 유평

산 첩첩 위태로운 사랑 데리고 끊어졌다 이어진 산짐승 발자국 따라 다시 눈 첩첩 그 속에 갇혀 헤매다 이따금 울리는 범종 소리에 다행히 빈 절집은 아닌 것 같다며 궁극에는 우리 사랑도 저럴 수만 있다면 당신이 말씀하셨던가요, 내게 종각에 말없이 앉아 먼 데 눈 길 주다 가만히 흔들리는 것이 당신 어깨만은 아니어서 헝클어진 머릿결 사이로 설핏 스쳐 보이던 물기가 언 볼을 타고 흘러 내리기도 하던 것이였습니다 그 침묵의 깊이가 참으로 무량도 하였습니다 바람 첩첩 끝내 아무 답도 주질 못하고 돌아 나오다 올려다 본 절집 아 이름마저 위태로이 뜨인 돌이라니

감성충만 시 2021.01.24

무심한 바람은 그렇게 떠나만 가고 - 김단

한낮의 시간이 어둠에 먹혀버린 시간 팬플루트의 도와 레의 음계처럼 오늘 따라 읊조리듯 달빛 부딪히는 창가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이질적인 마법의 전주곡처럼 들려온다 뀅한 분위기 탓일까 떠난자의 흔적은 길게 뻗은 철로 속으로 사라진 채 밤 기차는 그렇게 떠나가 버렸다 떠남 뒤에 흔적조차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잊혀야 할 인연에 대한 보복의 수단이리라 가로등이 삼킨 그림자의 턱 밑에선 슬픈 손짓이 머물고 있는데 점점 더 지워져 가는 그리움에 대한 진상은 식어가는 심장의 가장자리를 짓밟고 흐르는 시간의 팬턴마저도 잊게 만들어 버렸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버려 무엇을 기다렸는지조차 그것조차도 잊게 만들었으니까 기차는 바람의 읊조림난 싣고 달리고 길게 뻗은 철로 위엔 설디설운 노랫소리만 점점 멀리 사라져간다 "간..

감성충만 시 2021.01.24

겨울 편지 - 안도현

눈발이 대숲을 오랏줄로 묶는 줄도 모르고 술만 마셨다 거진 지금도 눈 오니 여긴 가까스로 그쳤다 저 구이 들판이 뼜속까지 다 들여다 보인다 댓잎 위에 눈 쌓이는 동안 나는 술만 마셨다 청둥오리는 청둥오리 발자국을 찍으려고 왁자하게 내려앉고 족제비는 족제비 발자국을 찍으려고 논둑 밑에서 까맣게 눈을 뜨고 바람은 바람의 발자국을 찍으러 왔다가 저 저수지를 건너갔을 것이다 담배가 떨어져 가게에 갔다 오느라 이 세상에 와서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것을 땅바닥에 삑고 다니느라 신발은 곤해서 툇마루 아래 잠들었구나 상기도 눈가에 물기 질금거리면서 눈 그친 아침은 그래서 이새상 아닌 곳에다 대고 자꾸 묻고 싶어진다 넌 괜찮니 ? 넌 괜찮니 ?

감성충만 시 2021.01.24

오늘의 일기 2021. 1. 21 일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 환갑이라고 작은애가 서울에서 내려오고 내게 백만원 이라는 거금을 통장에 입금해주었다 큰애는 돈꽃바구니를 사들고 나타났다 큰사위랑 예준이 엄마가 회를 먹자고 연락이왔다 우리 가족이 모두 나를 위해 모였다 큰애의 집에서 .... 큰애와 작은애는 식당에서 이모네 식구들도 초청해서 온가족이 함께 하는 축하모임을 가지고 싶었으나 코로나로 인하여 모두 취소하고 그냥 집에서 모두가 좋아하는 회와 낚지볶음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큰애는 50만원을 돈바니에 넣어서 포장을 해주었고 잘아는 지인은 내게 20만원을 송금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사서 읽으라는 격려의 문자와 함께 .... 작은애가 사온 꽃다발 평소 사고 싶었던 책 5권을 주문해서 받았다. 이번 주문한 책들은 모두 최재천 교수님의 강..

나의 하루 2021.01.20

월남쌈을 먹으면서

동생이 생일이라고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전화가 왔다 식당 가서 먹는것은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무섭고 망설이고 있는데 동생이 내맘을 미리 알고 집에서 배달해서 먹는다고 다시 전화를 했다 동생 집으로 갔다 십분후 월남쌈이 배달되었다 고기와 야채 쌈소쓰 국물 원액 밥 한공기 까지 한보따리 .... 식탁위에 부루스타를 놓고 국물을 끓이고 야채넣고 고기도 넣고 라이스페퍼에 싸먹는데 국물도 단백하고 영양도 챙기면서 먹을수 있다 식당 보다는 동생 집이니 더 안심이 된다 시간적인 제약도 없고 남들 눈치도 안보이고 이런 저런 밀린 이야기도 하면서 한시간 넘게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아직 생일은 몇일 더 남았지만 미리 시간을 내서 기억을 하고 즐거운 순간을 기억 할수 있도록 해준 동생이 너무 고맙다 올해 두번째 책 제부가 ..

나의 하루 2021.01.18

나의 하루

요즈음 나는 취미 하나가 생겼다 야간 전담반 일을 시작하면서 .... 주야간 같이 일을 할때는 주간 근무시 요양원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을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내가 준비해서 먹어야 한다 그리하여 반찬을 만들기 시작한것이다 (전에는 반찬 만드는 일이 귀찮아서 그냥 대충 때우기 일수었다 라면이나 컵라면으로 ) 이왕이면 반찬 몇가지라도 만들어서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것이다 기특하게도 .... 실은 그런 생각이 들도록 한 지지자가 한사람있다 야간 전담반 중에서 함께 일하는 새로 입사한 유선생 덕분이다 어느날 그가 말했다 " 경희샘 난 이요양원에서 제공하는 저녁밥이 맛이 없어요 " " 아니 왜요 난 정말 맛있는데 .... " " 그냥 내 입맛에 안맞아요 " " 그럼 반찬을 싸오세요 밥은 밥통에서 우리가 하니까 ...

나의 하루 2021.01.17

내가 살아 보니까 - 장영희

내가 살아 보니까 사람들은 남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을 쳐다볼 때는 부러워서든 불쌍해서든 그저 호기심이나 구경 차원을 넘지 않는다 내가 살아 보니까 정말이지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든, 비닐 봉지를 들고 다니든 중요한 것은 그 내용물 이라는 것이다 명품 핸드백에서도 사시한 잡동사니가 가득 들었을 수 있고 비닐봉지에도 금덩어리가 담겨 있을 수 있다 내가 살아 보니까 남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시간 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깍아 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어차피 세월은 흐르고 지구에 중력이 존재하는 한 몸은 쭈글쭈글 ..

감성충만 시 2021.01.11

인생 - 조미하

괴로워서 술을 마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파서 하염없이 걷는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상처의 깊이가 다르지만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내 아픔과 고통이 가장 큰 걸로 알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혼자만의 고통속에 허우적 거리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문득 누군가에 가슴에 박혀있는 더 커다란 상처를 봤을 때입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표현하지 않을 뿐 누구나 고통을 당하고 살아갑니다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고 슬픈 일만 있을 수 없는 그것이 바로 삶이고 그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내 인생의 봄날은 오늘 중에서

감성충만 시 2021.01.11

와온 바다 - 곽재구

해는 이곳에 와서 쉰다 전생과 후생 최초의 휴식이다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이야기다 구부정한 허리의 인간이 개펄 위를 기어와 낡고 해진 해의 발바닥을 주무른다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 은목서 향기 가득한 치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불빛이 있다 등이 하얀 거북 두마리가 불빛과 불빛 사이로 난 길을 리어카를 밀며 느릿느릿 올라간다 인간은 해와 달이 빚은 알이다 알은 알을 사랑하고 꽃과 바람과 별을 사랑하고 삼백예순날 개펄 위에 펼쳐진 그리운 노동과 음악 새벽이면 아홉마리의 순금빛 용이 인간의 마을과 바다를 껴안고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감성충만 시 2021.01.11

기다림 - 곽재구

이른 새벽 강으로 나가는 내 발걸음에는 아직도 달콤한 잠의 향기가 묻어 있습니다 그럴때면 나는 산 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중 눈빛 초롱하고 허리통 굵은 몇 올을 끌어다 눈에 생채기가 날 만큼 부벼댑니다 지난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강둑에 매인 채 출렁이고 작은 물새 두 마리가 해 뜨는 쪽을 향하여 힘차게 날아갑니다 사랑하는 이여 설령 당신이 이 나룻터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내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설레이는 물살처럼 내 마음 설레이고 또 설레입니다

감성충만 시 2021.01.11

마음 - 곽재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것구것이며 흙 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군데 입니다 작은 창 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 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진 걸래 위에 내 가장 순걸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 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있는 빛나는 자리입니다

감성충만 시 2021.01.11

신년시 - 안도현

닭이 울어 해는 뜬다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 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달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 소리 한번 내질러 보자

감성충만 시 2021.01.11

직립보행

직립보행은 축복인가 업보인가 ? 직립보행을 하면서 인간은 두가지 방법으로 똑똑해지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언어의 사용이다 직립보행을 하면서 목이 펴지고 성대가 변형되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 특유의 사회성으로 언어가 발달했고 말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줄 아는 주체성이 생기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아는 객관성이 생기게 되면서 인간을 생각을 하는 동물이 되었다 두번째는 양손의 자유로움이다 네발일 때는 고양이나 개처럼 행동했을 테지만 두발일 때는 두손이 자유로워 물건을 잡고 활용을 한다든지 다른 사람과 접촉을 하는 등의 활동으로 뇌를 움직이게 된것이다 오른쪽 손을 많이 사용하여 사고가 발달하고 안쪽 뇌를 사용하게 되어 감성 또한 발달되어 생각을 할 수 있는 동물이 된것이다 나무는 뿌리가 먼저..

감성충만 시 2021.01.11

인간극장에 소개된 주인공의 세바시

난 아침 시간이면 꼭 보는 프로가 인간극장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진솔한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나의 삶과 비교도 해가면서 반성도 하고 위로도 받는 시간이다 이번주에는 " 나는 오늘도 희망을 쏘다 " 라는 제목의 하반신 마비가 된 이원준 이라는 사람의 삶의 모습을 보았다.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가 나면서 목에 뼈의 신경을 건들어서 하반신 마비가 되신 분의 이야기를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한회도 빠트리지 않고 보았다 그런 힘든 시련과 역경속에서도 열심히 사시는구나 포기하지 않는 자세에서 인내를 배우고 절망을 하지않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삶의 모습은 얼마나 안일한지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 주인공이 세바시에 강사로 나왔다는 말을 듣고서 유투브로 찾아서 보았다 좋은 강연을 다시 큰 화면으로 볼..

나의 하루 2021.01.08

미생 드라마를 보면서 ....

야간 전담반 근무를 시작하고 코로나로 인하여 내게 주어진 낮시간이 참많아졌다 그시간을 잘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맘과 몸이 혼연일체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은 그 시간을 보내는 방법중 하나가 이렇게 지난 드라마를 정주행 하면서 보는것을 즐겨한다 요즈음 나는 미생에 푹 빠져있다 몇년전에 한 방송국에서 처음 방영할때도 본방 시간을 기다리면서 봤던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된것이다 나의 요양원 생활이 다시 시작되면서 내주변의 여건들이 드라마속의 주인공과 비슷한 모양을 이루다보니 공감하는 말들이 너무도 많다. 비정규직과 인턴등 초보 사원들의 처지를 대마의 삶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인 바둑용어 '미생' 에 빗대어 표현하고 바둑만이 세상의 전부로 생각했던 주인공 장그래가 프로 입단에 실패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면서..

나의 하루 2021.01.07

오늘의 일기

오랜만에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다 요즘은 정말 재미없는 날들의 연속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도 갈수 없고 산에도 갈수가 없다 그놈의 코로나 땜시 .... 요양원에서는 매일 매일 우리의 동선을 체크한다 절대로 익산을 벗어나면 안된다 만약 몰래 벗어나서 불미스러운 일 ( 확진) 이라도 되면 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몰론 그 룰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나도 살고 어르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렇게 코로나에 발목이 잡혀 일년을 보냈다 평범했던 나의 일상들을 그리워 하면서 지난 블로그의 사진들을 보면서 "그땐 그랬지 " 만 연발 하면서 매일 매일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하여 매일 유투브의 세계 테마기행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한다 얼마전 방송되었던 신계숙 교수님의 꽃중년 길을 나서다 라는 프로를 티비이 큰화면..

나의 하루 2020.12.28

어쩌다 시인이 되어 - 이기철

내 어쩌다 시인이 되어 이 세상길 혼자 걸어가네 내 가진 것 시인이라는 이름밖엔 아무것도 없어도 내 하늘과 땅 구름과 시내 가진 것만으로도 넉넉한 마음이 되어 혼자라도 여럿인 듯 부유한 마음으로 이 세상길 걸어가네 어쩌다 떨어지는 나뭇잎 발길에라도 스치면 그것만으로도 기쁨이라 여기며 냇물이 전하는 마음 알아들을 수 있으면 더없는 은총이라 생각하며 잠시라도 꽃의 마음, 나무의 마음에 가까이 가리라 나를 채찍질 하며 남들은 가위 들어 마음의 가지를 잘라낸다 하지만 나는 풀싹처럼 그것들을 보듬으며 가네 내 욕망의 강철이 부드러운 새움이 될 때까지 나는 내 체온으로 그것을 다듬고 데우며 가네 내 어쩌다 시인이 되어 사람과 짐승, 나무와 풀들에 눈맞추며 맨발이라도 아르지 않게 이 세상길 혼자 걸어가네

감성충만 시 202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