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발에 밟힌 풀잎은 얼마나 아퍘을까
내 목소리에 지워진 풀벌레 노래는 얼마나 슬폈을까
내 한 눈 팔 때 져버린 꽃잎은 얼마나 내 무심을 서러워했을까
들은 제 가슴이 좁고 산은 제 키가 무겁지만
햇빛 비치는 곳에는
세상의 아름다운 삶도 크고 있다
길을 걸으며 나는
오늘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나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그들이 걸어간 길의
낙엽 한 장도 쓸지 않았다
제마음에도 불이 켜져 있다고
풀들은 온종일 꽃을 피워들고
제마음에도 노래가 있다고
벌레들은 하루 종일 비단을 짠다
마른 풀잎은 이름만 불러도 마음이 따뜻하다
나는 노래 보다 아름다운
풀꽃 이름 부르며 세상길 간다
제 몸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뭇잎은 땅으로 떨어지고
제 사랑 있어 세상이 밝다고
꽃잎은 오늘도 지면서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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