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겨울 편지 - 안도현

하동댁 2021. 1. 24. 12:59

눈발이 대숲을 오랏줄로 묶는 줄도 모르고 

술만 마셨다 

거진 지금도 눈 오니 

여긴 가까스로 그쳤다 

저 구이 들판이 뼜속까지 다 

들여다 보인다 

댓잎 위에 눈 쌓이는 동안 나는 술만 마셨다 

청둥오리는 청둥오리 발자국을 찍으려고 왁자하게 내려앉고 

족제비는 족제비 발자국을 찍으려고 

논둑 밑에서 까맣게 눈을 뜨고 

바람은 바람의 발자국을 찍으러 왔다가 

저 저수지를 건너갔을 것이다 

담배가 떨어져  가게에 갔다 오느라 

이 세상에 와서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것을 

땅바닥에 삑고 다니느라 

신발은 곤해서 툇마루 아래 잠들었구나 

상기도 눈가에 물기 질금거리면서 

눈 그친 아침은 그래서 

이새상 아닌 곳에다 대고 자꾸 

묻고 싶어진다 

넌 괜찮니 ?

넌 괜찮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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