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무심한 바람은 그렇게 떠나만 가고 - 김단

하동댁 2021. 1. 24. 13:07

한낮의 시간이 어둠에 먹혀버린 시간 

팬플루트의  도와 레의 음계처럼 오늘 따라 

읊조리듯 달빛 부딪히는  창가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이질적인 마법의 전주곡처럼 들려온다 

뀅한  분위기 탓일까 

떠난자의 흔적은 길게 뻗은 철로 속으로 사라진 채 

밤 기차는 그렇게 떠나가 버렸다

떠남 뒤에 흔적조차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잊혀야 할 인연에 대한 보복의 수단이리라 

가로등이 삼킨 그림자의 턱 밑에선 슬픈 손짓이 머물고 있는데 

점점 더 지워져 가는 그리움에 대한 

진상은 식어가는 심장의 가장자리를 짓밟고 

흐르는 시간의 팬턴마저도 잊게 만들어 버렸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버려 무엇을 

기다렸는지조차 그것조차도 잊게 만들었으니까

기차는 바람의 읊조림난 싣고 달리고 

길게 뻗은 철로 위엔 설디설운 

노랫소리만  점점 멀리 사라져간다 

"간다 간다 정든 님이 떠나간다 

간다 간다 나를 두고 정든 님 떠나간다 

님의  손목 꼭 붙들고 애원을 해도 

님의 가슴 부여 잡고 울어 울어도.... " 

차가웁듯 

스러져 가 듯 

설디 설운 바람은 

그날 그렇게 내곁에서 멀리 떠나가 버렸다 

'감성충만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도 그러냐 - 나태주  (0) 2021.01.24
부석사 - 유평  (0) 2021.01.24
겨울 편지 - 안도현  (0) 2021.01.24
내가 살아 보니까 - 장영희  (0) 2021.01.11
인생 - 조미하  (0) 2021.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