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 감성충만 시 2016.04.08
[스크랩] 상리과원(上里果園 ) /서정주(낭송:단이) 상리과원(上里果園 ) /서정주 *1954년 <현대공론> 11월호에 발표 꽃밭은 그 향기만으로 볼진대 한강수(漢江水)나 낙동강(洛東江) 상류와도 같은 융융(隆隆)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굴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딸년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즐거운.. 감성충만 시 2016.03.30
[스크랩] 한 잎의 女子/오규원 (낭송: 단이) 한 잎의 女子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끄만 女子, 그 한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女子를.. 감성충만 시 2016.03.18
[스크랩] 창호지문에 핀 동백 11. 박남준 - 동백.mp3 동백 동백의 숲까지 나는 간다 저 붉은 것, 피를 토하며 매달리는 간절한 고통 같은 것 어떤 격렬한 열망이 이 겨울 꽃을 피우게 하는지 내 욕망의 그늘에도 동백이 숨어 피고 지고 있겠지 지는 것들이 길 위에 누워 꽃길을 만드는구나 동백의 숲에서는 꽃의 무상함도 .. 감성충만 시 2016.03.14
[스크랩] 차 한잔 / 박남준 차 한잔 - 금당다회 매화가 핀다고 연꽃이 곱다고 산국처럼 물들고 싶다고 눈꽃이 못내 그리웁다고 솔숲 맑은 바람 다관(茶罐)에 우려내면 찻잔에 어느새 푸른 하늘 담기네 박남준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중에서... 감성충만 시 2016.03.14
[스크랩] 산수유 꽃나락 / 박남준 산수유 꽃나락 봄이 와도 아직은 다 봄이 아닌 날 지난 겨우내 안으로 안으로만 모아둔 햇살 폭죽처럼 터뜨리며 피어난 노란 산수유꽃 널 보며 마음 처연하다 가을날의 들판에 툭툭 불거진 가재눈 같은 시름 많은 이 나라 햇나락 봄이 와도 다 봄이 아닌 날 산자락에 들녘에 어느 어느 이.. 감성충만 시 2016.03.14
시를 읽는다 -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때 시의 가시에 찔러 정신이 번쩍하고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걸 되풀이 해서 봐온 횟수.. 감성충만 시 2016.03.09
[스크랩] 능소화 연가/이해인 능소화 연가 이해인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 감성충만 시 2016.03.09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 .. 황정순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어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감성충만 시 2016.03.09
[스크랩] 눈 깊은 집 외면 /이병률 받을 돈이 있다는 친구를 따라 기차를 탔다 눈이 내려 철길은 지고 없었다 친구가 순댓국집으로 들어간 사이 나는 밖에서 눈을 맞았다 무슨 돈이길래 받으러 문산까지 와야 했냐고 묻는 것도 잊었다 친구는 돈이 없는 사람에게 큰 소리를 치는 것 같았다 소주나 한잔하고 가.. 감성충만 시 2016.03.04
토닥 토닥 - 김재진 [ 선암사 ]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때 .. 감성충만 시 2016.03.02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 이병률 [ 선암사 에서 ] 빈집으로 들어갈 구실은 없고 바람은 차가워 여관에 갔다 마음이 자욱하여 셔츠를 빨아 널었더니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눈물 같은 밤 그 늦은 시각 여관방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옆방에 머물고 있는 사내라고 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왜 그러느.. 감성충만 시 2016.03.02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라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구리고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 감성충만 시 2016.03.02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한다 - 박남준 남은 불빛이 꺼지고 가슴을 찍어 내리듯 구멍가게 셔터문이 내려지고 얼마나 흘렀을까 서성이며 발 구르던 사람들도 이젠 보이지 않고 막차는 오지 않는데 언제까지 나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일까 춥다 술 취한 사내들의 유행가가 비틀거리다 빈 바람을 남기며 골목을 돌아 사라지고 막.. 감성충만 시 2016.03.02
불가능한 것들 - 이병률 모든 열쇠의 방향은 오른쪽 열리지 않으면 반대쪽 우리가 인생을 조금 더 받아먹어야 한다면 불가능한 것을 믿자 우리는 인생이 하나가 아니라고 믿는다 마음의 마음이여 내가 나로 망하는 것 모두로 인해서가 아닌 오로지 나 하나로 침몰하는 것 그리하여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것.. 감성충만 시 201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