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기다렸으므로 막차를 타지 못한다 - 박남준

하동댁 2016. 3. 2. 22:32

 

 

 

남은 불빛이 꺼지고 가슴을 찍어 내리듯

구멍가게 셔터문이 내려지고  얼마나 흘렀을까

서성이며 발 구르던 사람들도 이젠 보이지 않고

막차는 오지 않는데

언제까지 나는 막차를 기다리는 것일까

 

춥다 술 취한 사내들의 유행가가 비틀거리다

빈 바람을 남기며 골목을 돌아 사라지고

막차는 오지 않을 것인데 아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 것처럼

발길 돌리지 못하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오지 않을 막차를  기다리는 일 같은지

막차는 오지 않았던가 아니다

막차를 보낸 후에야 막차를 기다렸던 일만이

살아온 목숨 같아서 밤은 더욱 깊고

다시 막차가 오는 날에도 눈가에 습기 드리운 채

영영 두발 실을수 없겠다.

 

[그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창작과 비평사,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