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시인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 감성충만 시 2016.11.20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 흘러 바다로 들어가.. 감성충만 시 2016.09.14
[스크랩] 가을 엽서 /홍해리/(낭송:단 이) 가을 엽서 홍해리 풀잎에 한 자 적어 벌레소리에 실어 보냅니다 난초 꽃대가 한 자나 솟았습니다 벌써 새끼들이 눈을 뜨는 소리, 향기로 들립니다 녀석들의 인사를 눈으로 듣고 밖에 나서면 그믐달이 접시처럼 떠 있습니다 누가 접시에 입을 대고 피리 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창백한 .. 감성충만 시 2016.09.14
[스크랩] 9월 / 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가을역 투명한 햇살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감성충만 시 2016.09.14
[스크랩] 장영희 /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 중에서 내가 이제야 깨닫는것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정말 일어난다는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수 없다는것. 하룻밤 사이의 성공은 보통 15년이 걸린다는것.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진다는것.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매일매일 .. 감성충만 시 2016.09.14
[스크랩] 상자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한용운/(낭송:단이) 상자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 한용운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어느 햇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만 머물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람 같은 자유와 동심 같은 호기심을 빼앗고 싶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만 그리움을 주고 내게만 꿈.. 감성충만 시 2016.09.10
[스크랩] 텅 빈 나 /오세영/(낭송:단이) 텅 빈 나 오세영 나는 참 수많은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건널 때마다 거기엔 이별이 있었고 이별을 가질 때마다 나는 하나씩 내 소중한 것을 내주었습니다 헤엄쳐 건너면서 옷을 벗어주었습니다 뗏목으로 건너면서 보석들을 주었습니다 배로 건너면서 마지막 남은 동전조차 주어버렸습니.. 감성충만 시 2016.09.10
[스크랩]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낭송:단 이)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 노천명(盧天命, 1912~1957)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 감성충만 시 2016.09.10
[스크랩] 9월이 오면/안도현(낭송:단이) -영상/에크린 구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 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 감성충만 시 2016.08.12
[스크랩] 가시연꽃/임보/낭송:단이 가시연꽃 임보 가시연은 맷방석 같은 넓은 잎을 못 위에 띄우고 그 밑에 매달려 산다 잎이 집이며, 옷이며, 방패며 또한 문이다 저 연못 속의 운수행각, 유유자적의 떠돌이 그러나 허약한 놈이라고 그를 깔봐서는 안 된다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잎과 줄기에 감춰둔 사나운 가시에 찔려 한 .. 감성충만 시 2016.08.02
[스크랩] 나를 지우고/오세영/(낭송:단이) 나를 지우고 오세영 산에서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산이 된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숲이 되고, 숲이 숲을 지우면 산이 되고, 산에서 산과 벗하여 산다는 것은 나를 지우는 일이다. 나를 지운다는 것은 곧 너를 지운다는 것, 밤새 그리움을 살라 먹고 피는 초롱꽃처럼 이슬이 .. 감성충만 시 2016.08.02
절망이 깊을때면 -- 김문호 절망이 깊을때면 김문호 절망이 깊을때면 손을 내어 밀어봐 덩굴손이라는게 있어 나팔꽃, 담쟁이, 심지어 호박꽃도 이 덩굴손이 있지 덩굴손은 갓난둥이 손처럼 여리지만 한 번 쥔 것을 절대 놓지 않아 그래서, 마침내 죽은 나무의 꼭대기에서도 꽃을 피우지.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은 이.. 감성충만 시 2016.07.30
사하리 포구 - 권재효 방울 소리 겨울 포구에는 하늘이 나즈막하게 닫혀있어 갈매기가 높이 비상을 못했다. 방파제 끄트머리 바다로 향해 서있던 소녀의 두 눈은 젖어 있었을까? 물결치는 긴 머리카락 그 아래로 미세하게 어깨가 흔들리고 있었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갔다는 한 남자의 넋을 달래는 방.. 감성충만 시 201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