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하동댁 2016. 3. 2. 22:46

 

흐르는 것이 물뿐이라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구리고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 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