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눈 오시는 날/서정주/(낭송:단이 눈 오시는 날 서정주 내 연인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분홍, 연분홍, 분홍, 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빛, 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인제는 눈이 오누나……. .. 감성충만 시 2019.02.25
[스크랩] 봄/오세영/(낭송:단이) 봄 봄은 성숙해 가는 소녀의 눈빛 속으로 온다 흩날리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봄은 피곤한 청춘이 낮잠 든 사이에 온다 눈 뜬 저 우수의 이마와 그 아래 부서지는 푸른 해안선 봄은 봄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의 가장 낮은 목소리로 온다 그 황홀한 붕괴, 설레는 침몰 황혼의 깊은 뜨락에 지는.. 감성충만 시 2019.02.25
[스크랩] 작은 당부 김왕노 채송화 피면 채송화만큼 작은 키로 살자. 실 바람 불면 실 바람만큼 서로에게 불어가자. 새벽이면 서로의 잎 새에 안개 이슬로 맺히자. 물보다 낮게 허리 굽히고 고개 숙이면서 흘러가자 작아지므로 커지는 것을 꿈꾸지도 않고 낮아지므로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감성충만 시 2019.02.18
눈길 - 정호승 의자에 쓰러질 듯 앉은 아흔 노모에게 마지막 세배를 하고 세배돈을 받지 못했다 나는 아직 세뱃돈을 받고 싶은데 이제 아무한테도 세뱃돈을 받을 데가 없다 아프트 앞마당 산수유 붉은 열매를 쪼아 먹는 새에게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산수유 나무 아래 아이들이 신.. 감성충만 시 2019.02.07
[스크랩]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정호승/(낭송:단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 감성충만 시 2019.01.30
피천득의 인연 얼마나 고운 인연이기에 우리는 만났을까요 내숨결의 주인인 당신을 바라봅니다 내 영혼의 고향인 당신을 바라봅니다 피고지는 인연이 다해도 기여이 마주할 당신이기에 머리카락 베어다 신발 만들어 드리고픈 당신이기에 영혼을 불밝혀 그대에게 드리나니 부디 한 걸음도 헛되지 않기.. 감성충만 시 2019.01.29
[스크랩] 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 목 물 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 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 감성충만 시 2019.01.28
[스크랩]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 감성충만 시 2019.01.28
어머님의 편지 - 문정희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럼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감성충만 시 2019.01.19
겨울일기 - 함박눈 (목필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하늘 전설을 물고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아침에 눈을 뜨니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 감성충만 시 2019.01.09
1월 -목필균 목필균 시인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 감성충만 시 2019.01.03
1월 - 오세영 * 1월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神)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神)의 발성법(發聲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絃) 끝에서 바.. 감성충만 시 2019.01.03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떠도는 자의 노래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서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서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 감성충만 시 2019.01.03
시간, 혹은 사랑에 대하여 -김민홍 - 그대가 의심하며 믿어온 시간들이 젖고있다 그대의 다만 믿고 싶었던 인생이 한 사내인 그대의 분노가 한 여자인 그대의 절망이 사소하게 낡아 가는 오후 문득 비는 내릴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바람은 불것이다 비에 씻기어 접혀가는 그대의 크고 작은 상처들 바람에 펄럭이는 그대의 .. 감성충만 시 2018.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