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눈길 - 정호승

하동댁 2019. 2. 7. 11:42

 

 

 

 

 

의자에 쓰러질 듯 앉은

아흔 노모에게 마지막 세배를 하고

세배돈을  받지 못했다

나는 아직  세뱃돈을 받고 싶은데

이제 아무한테도 세뱃돈을 받을 데가 없다

아프트 앞마당

산수유 붉은 열매를 쪼아 먹는

새에게 세배를 하면

세뱃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산수유 나무 아래 아이들이 신나게 세워둔

눈사람한테 세배를 하면

세배돈을  줄 것인가

새해 아침에 함박눈은 자꾸 내리는데

세배돈을 받으러

어머니가 가신 눈길을 걸어가는 내가

눈보라에 파묻힌다

 

 

정호승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