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시는 날 서정주
내 연인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분홍, 연분홍, 분홍,
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빛,
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인제는 눈이 오누나…….
눈은 와서 내리 쌓이고,
우리는 제마다 뿔뿔이 혼자인데
아 내 곁에 누워 있는 여자여.
네 손톱 속에 떠오르는 초생달에
내 연인의 꿈은 또 한 번 비친다.
* 시집 [동천] (민중서관, 1968)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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