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그립다고 전하랴 - 이기철 늘 그랬었지요 바람이 불면 나뭇잎보다 내가 먼저 흔들렸지요 따스한 어둠의 옷을 입고 별은 뜬다고 말하고 싶은 날이 적지는 않았지요 저녁새들 조잘대는 소리에 묻혀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더 멀리 가서 옷깃 세우고 귀 기울이겠습니다 당신이라는 말이 없으면 누구에게. 짧.. 감성충만 시 2018.10.30
내가 백석이 되어 - 이생진 나는 갔다 백석이 되어 찔레꽃 꺽어 들고 갔다 간밤에 하얀 까치가 물어다 준 신발을 신고 갔다 그리운 사람을 찾아가는데 길을 몰라도 찾아갈수 있다는 신비한 신발을 신고 갔다 성북동 언덕길을 지나 길상사 넓은 마당 느티나무 아래서 젊은 여인들은 날 알아채지 못하고 차를 마시며 .. 감성충만 시 2018.10.30
어떤이름 - 이기철 어떤 이름을 부르면 마음속에 등불 켜진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나지막하고 따뜻해서 그만 거기 주저앉고 싶어진다 애린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이름을 부르면 가슴이 저며온다 흰 종이 위에 노랑나비를 앉히고 맨발로 그를 찾아간다 아무리 둘러 보아도 그는 없다 연모란 그런 것이다 .. 감성충만 시 2018.10.30
[스크랩] 가을이 왔다 - 류근 가을이 왔다 - 류근 가을이 왔다 뒤꿈치를 든 소녀처럼 왔다 하루는 내가 지붕위에서 아직 붉게 달오른 대못을 박고 있을 때 길 건너 은행나무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는 몇 잎의 발자국을 보았다 사람들은 황급히 길에 오르고 아직 바람에 들지 못한 열매들은 지구에 집중된 중력들을 끌어.. 감성충만 시 2018.09.19
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어느 목수의 집 짓는 이야기 ㅡ 황 석주 기적처럼 바다 가까운 데 있는 집을 생각하며 살았다 순서가 없는 일이었다 집터가 없을 때에 내 주머니에 있는 집 설계도를 본 사람 없어도 집 한 채가 통째로 뜨는 창은 이미 완성되어 수면에 반짝였다 나무와 야생화 돌들을 먼저 심어 밤마다 소.. 감성충만 시 2018.09.15
[스크랩] 흰 부추꽃으로 / 박남준 흰 부추꽃으로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 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감성충만 시 2018.09.15
[스크랩] 구월이 오면...안도현 구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 감성충만 시 2018.09.15
[스크랩] 선물...나태주 선물 / 나태주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받아 손.. 감성충만 시 2018.09.15
[스크랩]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서정주/(낭송:단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1915~2000)섭섭하게,그러나아조 섭섭치는 말고좀 섭섭한 듯만 하게,이별이게그러나아주 영 이별은 말고어디 내생에서라도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엊그제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한두 철 전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시집 『선운사 동백꽃 보러갔더니』 시인생각. 2012.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메모 : 감성충만 시 2018.08.20
[스크랩] 텅 빈 나 /오세영/(낭송:단이) 텅 빈 나 오세영 나는 참 수많은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건널 때마다 거기엔 이별이 있었고 이별을 가질 때마다 나는 하나씩 내 소중한 것을 내주었습니다 헤엄쳐 건너면서 옷을 벗어주었습니다 뗏목으로 건너면서 보석들을 주었습니다 배로 건너면서 마지막 남은 동전조차 주어버렸습니.. 감성충만 시 2018.08.20
[스크랩] 아득하다/남대희/(낭송:단이) 아득하다 남대희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면 참 아득하다 아득한 하늘은 허공으로 꽉 차 있고 산 능선과 하늘처마가 서로 맞물려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동기동기 배회하는 조각구름들 고비에서 비장하게 몸 일으킨 모래 알갱이들 날개 펴 조심스레 길을 내는 새떼들 높다란 건물 옥상 피뢰.. 감성충만 시 2018.08.20
[스크랩] 가을이 깊어지면 - The Saddest Thing 가을이 깊어지면 우련祐練신경희 가끔은 젖은 강가에 나아가 부르고 싶은 이름이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낯설은 골목에서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한번쯤 서성이고 한번쯤 목놓아 울었던 어둠의 고독길 깊어지는 가을 밤 나는 또 다시 고독의 옷을 입고 떠나지 못하였던 그 골목에 서 .. 감성충만 시 2018.08.20
[스크랩] 그대 생각 /고정희 그대 생각 ...고정희 너인가 하면 지나는 바람이어라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너인가 하면 흐르는 강물이어라 너인가 하면 흩어지는 구름이어라 너인가 하면 적막강산 안개비여라 너인가 하면 끝모를 울음이어라 너인가 하면 내 살 찢는 아픔이어라 사랑법 첫째...고정희 그대 향.. 감성충만 시 2018.08.20
[스크랩]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 김재진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 김재진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나 말없는 나무로 있고 싶었다. 길 위에 서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해님은 또 밤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빛 고운 열매, 등처럼 걸어둔 채 속으로 가만가만 무르익고 싶었다. 다시 사랑이 내게로 왔을 때 나 누구냐고 넌지시 물어보며 .. 감성충만 시 2018.08.20
[스크랩] 한 잎의 여자 1/오규원(낭송:단이) 한 잎의 여자 1 오규원 - 언어는 추억에 걸려있는 18세기형 모자다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끄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 감성충만 시 201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