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 시인 - 미조리 가는길 - 생애의 절반은 멋모르고 살아왔고 나머지 절반은 부끄러워하며 살아갈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인가 그곳에 다다르면 남는 건 늘 허망하게 돌아오는 일뿐이었다 노란 유채밭 너머 벌써부터 남빛으로 잔잔하게 일렁이는 앵강만, 이어 언덕길을 따라 등나무들이 연보라빛 꽃등을 밝힐 것이다 .. 감성충만 시 2017.03.21
[스크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그렇게 넓은 우주공간에 그리도 많은 생물 가운데에서 그리도 흔한 사람들 틈에 너는 여자 나는 남자로 태어나 까닭모를 전쟁을 몇 번씩 치르고도 살아서 사랑한다는 사실 긴 역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이지만 우리들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재산 .. 감성충만 시 2017.03.09
[스크랩] 봄 눈이 다녀갔다 간밤 눈이 내렸나보다 삼월 봄눈이 눈을 감은 사이 다녀가다니 고수밭에도 홍매화 꽃에도 고깔같은 봄 눈 흔 적 악양편지 식구들과 매화향기 킁킁거리며 강을 따라 걷다가 문득 그 녀석 생각 "어머 시인님 저 반짝이는 강물 좀 봐요 저기 저 모래톱 좀 봐요 낙동강에는 이제 저런 모래톱.. 감성충만 시 2017.03.09
[스크랩] 봄비 ...김용택 봄 비 ... 김 용택 내 가슴에 묻혔던 내 모습은 그대 보고 싶은 눈물로 살아나고 그대 모습 보입니다 내 가슴에 메말랐던 더운 피는 그대 생각으로 이제 다시 붉게 흐르고 내 가슴에 길 막혔던 강물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아, 내눈에 메말랐던 내 눈물이 흘러 내 죽은 살에 씻기.. 감성충만 시 2017.02.27
[스크랩] 김영미의 겨울시편 ♧ 대설주의보ㆍ2 늦은 밤 하늘은 세상의 한 귀퉁이를 지워버렸다. 고립의 다른 이름 유배 하늘이 마지막으로 끌어안은 애틋한 마음의 한 조각 섬 섬에 내린 눈은 섬에만 있다 미친 듯 불어대는 바람도 섬에만 분다 바람타고 발광하는 파도도 섬으로만 향한다 섬은 오랫동안 섬이었기에 .. 감성충만 시 2017.02.27
[스크랩] 권경업 봄꽃시편 ♧ 산벚꽃 필 무렵 바람이 없는데도 나는 흔들린다 멀리 있는 네가 바람이다 꽃은 피지만 불조심해야겠다 ♧ 산벚꽃 그늘 아래 저건 소리 없는 아우성 같지만, 실은 사랑한다는 너에게 보이려는 소리 없는 고백이야 생각해 봐 저러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그것도 겨울밤을, 비탈에 서서 .. 감성충만 시 2017.02.27
[스크랩] 지푸라기/임보 지푸라기 임보 낟알을 다 뜯기고 만신창이로 들판에 버려진 지푸라기, 그러나 새의 부리에 물리면 보금자리가 되고 농부의 손에 잡히면 새끼줄이 된다 -시선집『지상의 하루』(움, 2017) 감성충만 시 2017.02.27
[스크랩] 봄, 날아오르다/홍해리 봄, 날아오르다 홍해리 두문불출의 겨울 적막의 문을 두드리던 바람 부드러운 칼을 숨기고 슬그머니 찾아왔다 아침 밥물을 잦히는 어머니의 손길로 물이 오르는 들판 어디선가 들려오는 칼질소리 금세 봄은 숨이 가빠 어지럽다 오색찬란 환하다, 망연자실 바라보면 울고 싶어지는 희다 .. 감성충만 시 2017.02.27
[스크랩] 시와 나 사이/이생진/(낭송:단 이) 시와 나 사이 이생진 1. 꿈 꿈속에서 벨 소리가 났다. 수화기를 드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쪽에서 기연미연 하는 눈치다. 순간 ‘어머니!’ 하고 소리쳤다. 이쪽 소리를 듣고는 그제서 ‘너냐, 잘 있니?’ 한다. "네, 어머니!" 나는 이 순간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은 것 같았다. 바.. 감성충만 시 2017.02.23
[스크랩] 미황사에 가기전에 읽어보는 시인 김태정의 시 몇편 2011년 9월 6일 미황사 아래에서 귀천한 시인 김태정, 그의 시집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중에서 몇 편을 읽어봅니다. 미황사(美黃寺) 열이레 달이 힘겹게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사랑도 나를 가득하게 하지 못하여 고통과 결핍으로 충만하던 때 나는 쫓기듯 땅끝 작은 절에.. 감성충만 시 2017.02.18
[스크랩] 홍해리 봄꽃 시편 ♧ 동백 등불 먼저 간 이들 길 밝혀 주려 동백은 나뭇가지 끝끝 왁자지껄, 한 생을 밝혀 적막 허공을 감싸 안는다. 한 생이 금방이라고 여행이란 이런 것이라고. 지상의 시린 영혼들 등 다숩게 덥혀 주려고 동백꽃 아단법석, 땅에 내려 다시 한 번 등을 밝힌다. 사랑이란 이런 거라고 세월.. 감성충만 시 2017.02.17
[스크랩] 봄이 오는 길목에서 어제는 제주 올레 2코스를 걸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통제된 구간은 못 가고 나머지 구간 14km를 혼자 걸으며 봄이 오는 길목을 서성거렸습니다. 눈 내리고 추웠던 이틀 전에는 눈밭에서 뒹굴었는데, 아무튼 제주는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입니다. 그곳의 매화는 거의 사그라지고 있.. 감성충만 시 2017.02.14
[스크랩] 홍해리 시집 `치매행致梅行`의 가을 요즘 Facebook에는 洪海里 시인이 '아내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사랑 고백' 시편인 ‘치매행致梅行’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근래 주변에 환자가 늘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치매'에 대해 ‘이는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致梅라 함이 마땅하다’면서 이 시를 그 환자를 돌보고 있는 .. 감성충만 시 2017.02.10
[스크랩] 김석교 시집 `봄날 아침부터 가을 오후까지` 모처럼 책을 정리하다, 김석교 제2시집 ‘봄날 아침부터 가을 오후까지’를 다시 펴본다. 1부 반가운 독감, 2부 한 삽, 3부 마음의 소리를 듣는 법, 4부 가을 편지, 5부 북촌리여 북촌리여로 나누어 65편을 실고 있다. 해설 ‘분출을 꿈꾸는 마그마’에서 김동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 감성충만 시 2017.02.10
[스크랩] 김윤숙 시선집 `봄은 집을 멀리 돌아가게 하고` ♧ 남천 그만 내려놓으라고 네게 연신 되뇌지만 저 성성한 남쪽 하늘 차마 놓을 수 없던 눈가의 번지는 눈물, 이내 붉게 맺혔네 모퉁이를 돌아서면 한생의 그 흔적들 바람 타 흩어지는 꽃잎처럼 속수무책 마른 몸 기도 품었듯, 기척 없이 새순 돋네 ♧ 용담꽃 가을이 깊을수록 짙푸른 쪽빛.. 감성충만 시 2017.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