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 사이 이생진
1. 꿈 꿈속에서 벨 소리가 났다. 수화기를 드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쪽에서 기연미연 하는 눈치다. 순간 ‘어머니!’ 하고 소리쳤다. 이쪽 소리를 듣고는 그제서 ‘너냐, 잘 있니?’ 한다. "네, 어머니!" 나는 이 순간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은 것 같았다. 바보 같은 이야기이지만 나는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가신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가 보이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다. 어머니 없이 못 살 것 같던 그 마음이 어머니가 가신 뒤에도 계속되는 것을 나는 고마워한다. 내가 살아있는 현재도 내가 죽는 내일도 나는 나를 어머니와 공유하며 공존할 거라는 생각이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만 믿고 사느라 그 흔한 종교를 갖지 못했습니다. 아마 누군가가 그 무엇이 나를 죽게 한다 해도 그 즉시 어머니 곁으로 달려갈 것 같습니다.’ 나는 살아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 어머니 같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꿈. 살아서 맺어진 정은 모두 어머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는 그 뿌리가 오래 오래 살아 있기를 바란다. 나의 시는 그런 그리움에 있다.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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