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 류시화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 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모.. 감성충만 시 2014.01.18
[스크랩] 인연의 잎사귀 ...이해인 인연의 잎사귀 ...이해인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고스란히 남겨두.. 감성충만 시 2014.01.18
봄의 가면 마음껏 안으라는 말을 믿어서는 안된다 분명 앞에 있는듯 싶었는데 한 걸음 내딛을 때 서늘해지는 등 뒤 서걱거리는 소리에 뒤돌아보아서는 안된다 뛰어내릴까 말까 망설여지는 벼랑 앞에서 배후의 유혹을 느끼게 되지만 걸어온 생은 이미 막막한 사막의 물결에 덮여 널름거리는 바람의.. 감성충만 시 2014.01.17
소금쟁이 날아오르다 소금쟁이, 날아오르다 최 정 희 그녀가 오늘 한쪽 유방을 들어냈어 무거워진 한쪽이 사면처럼 기울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어 기울기를 가진다는 건 양팔저울 한쪽에 슬픔을 더하거나 덜어내는 것 가끔 또는 자주 비가 내렸어 그녀의 눈 속에 살고 있는 소금쟁이는 언제나 눈물의 표면.. 감성충만 시 2013.09.18
[스크랩] 부치지 못한 다섯개의 엽서 부치지 못한 다섯개의 엽서 ...이정하 하나. 마음속 서랍에는 쓰다가 만 편지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써내려가다가, 다시 읽어보고는 더이상 쓰지 못한 편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 조각을 떼어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아는지요? 밤이.. 감성충만 시 2013.09.12
녹차를 끓이며 녹차를 끓이며 삼복 염천 열탕에 비쩍 마른 지체들이 훌렁 벗고 들어앉아 속끓이더니 마침내 스멀스멀 온몸을 푼다 바로 이땔까 싶게 정淨한 마음 기울여 녹차를 따르면 금세 청화잔에 두둥실 만월이 뜬다 먼 산이 우러나듯 비릿한 웃음이 고여 잔 가득 달무리가 번진다 사랑하는 사람아.. 감성충만 시 2013.09.04
타이어의못을뽑고- 복효근 타이어의 못을 뽑고 복효근 사랑했었노라고 그땐 또 어쩔 수 없었노라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너를 찾아 고백하고도 싶었다 - 그것은 너나 나나의 가슴에서 못을 뽑아버리고자 하는 일 그러나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감성충만 시 2013.09.04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정호승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 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 감성충만 시 2013.09.03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 감성충만 시 2013.09.03
너를기다리는동안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욱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 감성충만 시 2013.08.24
[스크랩] 옛사랑을 추억함 옛사랑을 추억함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나 꽃 피고 바람 불고 속절없이 죄다 헐벗은 채로 길가에 서 있었던 때가 있었나 이제는 육탈하여 뼈 조각 몇 개 남았을 뿐인데 얇아진 가슴에 돋아오르는 밟을수록 고개 밀어 올리는 못의 숙명을 닮은 옛사랑이여 나는 아직 비어 있는 새장을 치.. 감성충만 시 2013.08.23
멀리 가는물 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 감성충만 시 2013.08.23
호박꽃 호박꽃 쩔쩔 끓는 삼복염천 성남 변두리 척박한 땅에 뿌리를 박듯 좌판을 벌여놓고 아무튼 열심히 사는 내 고향 점례를 보았습니다 남이야 뭐라거나 말거나 전혀 개의치 않고 질펀한 맨땅에 퍼질러 앉아 호호호호 샛노란 웃음도 파는 억척스런 점례를 보았습니다 더러는 상스러운 이웃.. 감성충만 시 2013.08.23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정호승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은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 .. 감성충만 시 2013.08.23
버찌로묵화를그리다 구두굽으로 묵화를그리는 계절이다 길바닥 아래에 누가 먹물을 쏟아부었다 울려다보니 벚나무다 붉은 젖꼭지 같은것들이 어느새 검게 익어서 까맣게빛이난다 올해는 벚꽃을 보지못했다 아파트 현관앞의 벚꽃을 보지 않았을리 없는데 어찌된영문인지 기억이 없다 이런나를 벚나무는 뭐.. 감성충만 시 2013.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