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녹차를 끓이며

하동댁 2013. 9. 4. 13:45

 

 

 

 

 

 

녹차를 끓이며

 

 

삼복 염천 열탕에

비쩍 마른 지체들이

훌렁 벗고 들어앉아 속끓이더니

마침내 스멀스멀 온몸을 푼다

 

 

바로 이땔까 싶게

정淨한 마음 기울여

녹차를 따르면 금세

청화잔에 두둥실 만월이 뜬다

 

 

먼 산이 우러나듯

비릿한 웃음이 고여

잔 가득 달무리가 번진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런 날은 부디

가슴속 빗장을 풀고 오라

그늘을 지우듯 루즈도 지우고

 

 

뜨겁고 진한 그리움이 아니면

목마른 눈빛 하나로 오라.

 

 

임영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