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여행 )

담양 봄바람에 죽향을 맡고 .... 죽녹원과 가로수길

하동댁 2011. 4. 3. 09:19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무게가 멍에처럼 내 작은 어깨을 언제나

짓누르고 있었다 .

하루라도 쉬는 날이 생기면 난 두통이 시작되었다. 마치 오늘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내 딸들을 못먹이고 못입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난 불안하고 초조했다 .

그런 생각은 항상 두통을 동반했다.    가장 이라는 삶의 무게에서 이젠 벗어나도  될만큼 두애들은 너무도 반듯하게

성장해주었고 나 또한 이제 내 갈길을 내가 선택할수 있는 시간까지 와있다.

주오일근무에 토요일과 일요일 내 시간으로 주어졌다. 그냥 편히 쉬기만 하면 된다.

이런 저런 일상의 고민들 모두 털처내어버리고 .....

그래서 이젠 토요일은 온전한 내 시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일념하나로

토요일이면 베낭하나와 카메라만 메고  계획없이 떠난다 .  발길 닿는대로 .....

익산역에서 담양을 가보기로 정했다 .  몇년전  회사동료와 함께  금성산 꼭대기에  낑낑대며 오르던 기억과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사각거리는 대나무 소리가 듣고 싶어젔다.

아주 뜬금없이 ..... 

광주가는 기차를 타고  광주역에 도착하여  311번 시내 버스를 타고 담양의 죽녹원을 찾아갔다 .

버스안에서 만난 서울에서  광주 모대학에 강의를 하기위해 내려오신 모교수님과 짧은 인사를 주고 받으며

아쉬운 작별을 하기도 했다 .  

실은 " 교수님 강의 하러 가시지 말고 나랑 여행가요 "  하고 싶었지만  학생들과의

약속인지라 .....  바람난 여인내의  콧소리에 넘어갈 사람은 결코 아니시고 ...

애써 참고 그분과의 아쉬운 작별을 하고  죽녹원을 찾아갔다 .

" 혼자 다니시지 말고 이 좋은날  좋은사람과 같이 다니세요 "

그가 내게 해준 말이다 .

" 누군 모르나 ? "

어디를 간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그곳이 천국이라는 것을 ..........

똥간옆을 지나도 향기롭다는 사실을 나도 안다구요 .....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 하나 하나를 밟으며 굳어있던 몸을 풀고나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바람이  일사에 지쳐

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더해준다.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빽빽한 대나무 숲길을 걷노라면 혼자라도 외롭지 않다.

댓잎이 위로를 한다 .   " 괜찬아  혼자라도 ....  내가 있잔아  "

푸른 대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내 몸 구석 구석 받아들이는  기분 또한 최고이다.

 

 

 

이곳 예향정에서 어느 멋진 남자분 한테  한장의 사진을 부탁했다 .

모자도 쓰고 선그라스도 쓰고  한껏 가릴수 있는한 최대한도로 가리고 ....

그런데도 사진은 .. 도통 봐줄수가 없다 .

역시 다시한번 원판 불변의 법칙을 실감해야 했고 .....

 

 

 

 

 

2007년 5월 얼마전인데 ...

이곳에 그분의 발길이 머물렀다고 하는 한장의 사진 앞에서

숙연해젔다 .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라는 시조의 한귀절이 생각났다 .

참 좋으신 분이섰는데 ....

더 오래 사셔서 전직 대통령의 멋진 모습을 우리에게  남겨주셔도 좋았을텐데 ......

 

 

 

 

 

 

 

 

 

대나무에서 나오는 음이온으로 우리의 뇌에서는 뇌파의 활동이 완화되고  알파파가  폭발적으로 생산이 된다고 한다.

또한 대숲안은 평균   4 - 7 도 정도 낮은데 이는  대나무 에서 나오는 산소량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원한 대숲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오순도순한  이야기와 친구들과 나누는 정담과

나처럼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니던가 ?

 

 

 

 

죽녹원에서 나와 담양 국수 거리에서 국물 국수 먹고  근처 관방제림 둑길을 걸으면서 삶의 여유로운 모습들을 보았다 .

관방제에는 300년 이상된 팽나무 , 느티나무, 이퍕나무, 개서어나무 , 곰의 말채나무 등 약 2키로에 걸쳐 거대하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꼬리표를 달고 날 반기고 있다 .

여름날  우거진  잎들사이로 걸으면 정말 운치있는 장면을 보여줄것 같다.

이길을 쭉 따라 걸으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과  만난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연인들과 나이든 부부의 모습에서

사는게 별것인가  그냥 이렇게 두런 두런 사는게지 ....

 

 

 

걸어서 ..... 걸어서 ...... 근처의 시골풍경에  감동하면서

걸으면 바로 이길과  만난다.

몇년전 그친구와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었다 .

지금 그사진은 아직도 내 방 침대위에서 멋진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

한장 올릴까  그땐 좀 봐줄만 했는데 .....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라고 한다.

 

 

 

 

담양에는 가사문학의 산실인 한국 가사 문학관과 소쇄원이 있다 .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약간의  손질만 더하여 조화를 이루는 조선시대

원림건축의 백미 소쇄원,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된후 죽임을 당하자

그의 제자였던 처사 양산보가 벼슬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살기위해 고향에 지은 정원으로

채월당 , 광풍각, 대보대 등의 건물이 있고

송강 정철이 4년가량 머물면서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남긴

송강정  식영정 면앙정가를 지은 면앙정등  국문학사로 중요한  정자들이 많다.

하루에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넘 촉박하다 .

 

 

 

매화가 핀 사월의 첫 토요일

계획없이 생각없이 그저 베낭하나 메고

일탈한 하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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