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그릇의 더운 밥을 얻기 위하여
나는 몇번이나 죄를 짓고
몇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지켰어야 할 약속과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룻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
'감성충만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 - 책속의 한줄 (0) | 2021.10.27 |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0) | 2021.10.27 |
무늬들 - 이병률 (0) | 2021.08.28 |
등뒤의 사랑 - 오인태 (0) | 2021.08.18 |
뼈아픈 후회 - 황지우 (0) | 2021.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