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밀면 한 장의 먼지 낀 내 유리창이 밀리고
그 밀린 유리창을 조금 더 밀면
닦이지 않던 물자국이 밀리고
갑자기 불어닥쳐 가슴 쓰리고 이마가
쓰라린 사랑을 밀면
무겁고 차가워 놀란 감정의 동그란 테두리가 기울어져 나무가 밀리고
길 아닌 어디쯤에서나 때아닌 눈사태가 나고
몇심 갑자를 돌고 도느라 저 중심에서
마른 몸으로 온 우글우글한 미동이여
그 아름다움에 패한 얼굴, 당신의 얼굴들
그리하여 제몸을 향해 깊숙이 꽃은 긴 칼들
밀리고 밀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이름이 아니라
그저 무늬처럼 얼룩이 덮였다 놓였다 풀어진즌 손길임을
갸륵한 시간임을
여태 내 손끝으로 밀어보지 못한 시간임을
'감성충만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0) | 2021.10.27 |
---|---|
밥 - 장석주 (0) | 2021.10.27 |
등뒤의 사랑 - 오인태 (0) | 2021.08.18 |
뼈아픈 후회 - 황지우 (0) | 2021.08.07 |
내가 아침마다 걷는 길 - 이호준 (0) | 2021.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