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무늬들 - 이병률

하동댁 2021. 8. 28. 23:34

그리움을 밀면 한 장의 먼지 낀 내 유리창이 밀리고 

그 밀린 유리창을 조금 더 밀면 

닦이지 않던 물자국이 밀리고 

갑자기 불어닥쳐 가슴 쓰리고 이마가 

쓰라린 사랑을 밀면 

무겁고 차가워 놀란 감정의 동그란 테두리가 기울어져 나무가 밀리고 

길 아닌 어디쯤에서나 때아닌 눈사태가 나고 

몇심 갑자를 돌고 도느라 저 중심에서 

마른 몸으로 온  우글우글한 미동이여 

그 아름다움에 패한 얼굴, 당신의 얼굴들 

그리하여 제몸을 향해 깊숙이 꽃은  긴 칼들 

 

밀리고 밀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이름이 아니라 

그저 무늬처럼 얼룩이  덮였다 놓였다 풀어진즌 손길임을 

갸륵한 시간임을 

여태 내 손끝으로 밀어보지 못한 시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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