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밥 - 장석주

하동댁 2021. 10. 27. 19:38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그릇의 더운  밥을 얻기 위하여 

나는 몇번이나 죄를 짓고 

몇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지켰어야 할 약속과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룻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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