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여자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치밀한 복선, 교묘하게 뒤틀린 플롯, 섬세한 이상심리 묘사……
오리하라 매직이 만들어낸 긴장감 넘치는 원죄 서스펜스
일본 미스터리의 대부, 서술 트릭의 일인자 오리하라 이치의 장편소설 『원죄자』가 폴라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치밀한 복선, 교묘하게 뒤틀린 플롯과 힘찬 서스펜스, 능수능란한 이상심리 묘사,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오리하라 월드’를 형성하며 미스터리 팬들을 사로잡아 온 오리하라 이치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원죄자』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며 ‘원죄(冤罪)’를 주장하는 무기징역수와 그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논픽션 작가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숨 막히는 공방전을 그리고 있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수상작이 없었던 제118회 나오키 상 최종 후보작 중 하나였던 이 작품은 ‘오리하라 월드의 도착점’, ‘오리하라 이치의 실력이 전부 발휘된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원죄’라는 사회적인 소재도 어디까지나 소설적 장치로 사용하는 실로 본격 미스터리다운 전개, 광기를 느끼게 하는 아찔한 반전, 긴장감 넘치는 서사의 흐름은 독자를 오리하라 매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은 『행방불명자』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저자의 대표적 시리즈인 ‘○○者 시리즈’이다. 『원죄자』 외에도 『실종자』, 『도망자』 등이 국내에 번역 출판될 예정이다.
■ 이 책은 …
“과연 그는 광기의 살인자인가 수사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희생자인가?”
보통 ‘원죄’를 다룬 미스터리라 하면 아무래도 권력의 횡포를 호소하는 사회파 소설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종류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넘어선 전혀 다른 작품이다. 오히려 사회파가 갖는 틀 자체를 미스디렉션misdirection으로 장치한, 고도의 교묘한 전략으로 구성된 기지 넘치는 소설이다.
원죄 사건은 어찌 보면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일상’의 광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범인은 이러한 ‘일상’에 난데없이 세간을 놀라게 한 ‘의외성’을 반입한 독보적 인물이다. 여기에 주요 캐릭터를 모두 신용할 수 없는 수상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마치 미궁 속을 헤매듯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원죄 서스펜스’를 섬세한 퍼즐과도 같은 수수께끼 풀이 소설로 재구축했다.
또한 오리하라 이치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매체들을 작품 속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 즉 르포, 신문, 편지, 이메일, 죄수의 수기,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등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사건 전개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교묘하게 독자들을 교란시켜, 빗나간 해석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특히나 후반부는 뒤얽히는 시점, 비정상적인 심리 묘사, 전체를 뒤덮은 어두운 분위기 등, 어디를 꼽아도 화려한 오리하라 월드라 할 수 있는 처절한 전개를 보인다.
미스터리 독자라면 반드시 도전해야 할 작가, 오리하라 이치
『행방불명자』 『도착의 론도』의 작가 오리하라 이치는 일본에서 알아주는 서술 트릭의 대부다. 그의 소설은 아무리 주의 깊게 읽더라도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게 만든다. 그런 그의 대표적 시리즈인 ‘○○者 시리즈’는 서술 트릭에 더하여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다루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추리소설 팬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원죄자』 역시 1994년에 발생한 여성 회사원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었다가 한 번은 원죄가 증명되어 석방된 ‘오노 에쓰오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품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와 종횡무진으로 따라잡을 수 없이 전개되는 미스터리, 그리고 이 사회가 품고 있는 ‘증오와 욕망, 광기와 악의’를 보여주는 오리하라 이치는 지금까지 소개되었던 미스터리에 매료당하지 않았던 독자라면, 반드시 도전해봐야 할 작가이다.
■ 줄거리
자유기고가 이가라시 도모야는 《주간 토픽스》 부편집장으로부터 가와하라 데루오라는 남자가 옥중에서 그에게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의 분노를 떠올린다. 가와하라는 그의 옛 연인 미즈사와 마이를 처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남자였기 때문이다.
12년 전인 1983년 6월부터 9월에 걸쳐, 도쿄 주오 선 철로 변에서는 젊은 여성을 상대로 연쇄 성폭행 살인이 발생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침입해 짐승 같은 욕구를 채우고 살해한 다음 증거 은멸을 위해 현장에 불을 지르는 잔학하기 그지없는 수법에 세상은 공포에 빠진다. 우연히 첫 번째 사건의 최초 목격자가 된 논픽션 작가 이가라시는 이 사건을 연재 기사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던 중 업무상 파트너인 출판사 사원 미즈사와 마이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약속한다. 하지만 마이는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인 가와하라를 취재한 직후 연쇄 살인의 일곱 번째 희생자가 된다. 별건으로 체포된 가와하라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일심에서 무기징역 판결이 내려진다.
어째서 이제 와서 원수나 다름없는 가와하라가 자기 앞으로 결백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는지 의아해하는 이가라시. 가와하라는 자신의 자백은 수사관의 고문에 의해 강요받은 진술이라는데……. 이가라시는 반신반의하면서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고, 이윽고 가와하라의 결백을 증명할 인물이 나타나 항소심에서 그는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이 판결을 납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와하라의 자백을 받아낸 전직 형사 다카야마, 연쇄 살인 두 번째 희생자의 아버지인 세토다 등이다. 특히 세토다는 자유의 몸이 된 가와하라를 미행해 그의 행동을 빠짐없이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한편 가와하라는 자신에게 연민을 가진 이쿠에와 옥중결혼을 하지만, 출소 후 아내 이쿠에를 상대로 점차 그의 일그러진 성격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침내 가와하라의 주변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차례로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생긴다. 과연 가와하라는 광기의 살인귀였던가. 이가라시는 다시 한 번 자신과 가와하라를 둘러싼 이 모든 사건의 진상을 좇는다.
■ 차례
프롤로그| 밤의 사냥꾼들
제1부| 암흑 재판
1. 사건
막간
2. 암전
막간
제2부| 착시도
1. 파문
막간
2. 사건
막간
3. 반전
에필로그| 사냥꾼들의 밤
해설| 센가이 아키유키
옮긴이의 말
■ 지은이 _ 오리하라 이치
1951년에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편집자를 거쳐 1988년 『다섯 개의 관』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1995년에는 『침묵의 교실』로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장편 부문)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집필한 『도착의 론도』는 에도가와 란포 상 최종 후보작이 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서술트릭 작가인 그는 본격 미스터리부터 호러, 서스펜스까지 폭넓은 작품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 『행방불명자』 『실종자』 『도망자』 『도착의 귀결』 『도착의 오브제』 『피고 A』 등이 있다.
■ 옮긴이 _ 김선영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월광 게임』 『외딴섬 퍼즐』 『쌍두의 악마』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와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등이 있다. 현재 다양한 장르의 일본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 추천의 글
오리하라는 강렬한 반전을 중시하는 서스펜스 작품을 즐기며 작가로서도 그 흐름을 계승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오리하라 미스터리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며, 나아가 리처드 닐리나 프레드 카삭, 빌 S. 밸린저 등으로 대표되는 서스펜스 소설의 계보를 집대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야말로 오리하라 이치의 실력이 전부 발휘된 최고 걸작이다.
- 센가이 아키유키(일본 미스터리 평론가)
■ 본문 중에서
불은 위대했다. 그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한 개비 성냥불은 그를 매료했고, 흥분을 안겨주었다. 처음에는 갓난아이도 끌 수 있는 덧없는 작은 불씨였지만 이윽고 너울너울 타오르며 힘을 얻어 인간의 힘으로는 걷잡을 수 없으리만치 흉포한 위력을 발휘했다. 불에는 생명을 부여하는 힘, 생명을 멸하고 숨통을 끊어버리는 힘이 공존했다. 그에게는 그 불가사의한 속성이 못 견디게 매력적이었다. -7쪽
이가라시 씨. 저를 기억하실는지요.
물론 잊을 리가 없겠지요. 저는 가와하라 데루오. 당신의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자입니다. 분명 당신은 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고 있겠지요. 먼저 일심에서 무기징역 판결을 받고, 지금 또 항소심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여놓고 어째서 항소 같은 걸 하느냐, 헛된 몸부림은 그만둬라.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변명처럼 들릴지 몰라도 저는 정말로 죽이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연인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날 범행 시각에 저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습니다. - 36쪽
“몰라.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까지는 기억 못 해. 형사 양반, 당신, 한 달 전 밤 12시에 뭘 했냐고 물으면 바로 기억해낼 수 있어?” - 131쪽
“부질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어쨌든 가와하라에게 강력한 구명 운동 단체가 붙어서, 그놈이 뻔뻔스러운 태도로 나왔으니까요. 대체 사건을 어떤 각도로 보면 그런 짐승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저는 그 인간들 머릿속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226쪽
재미있군, 그쪽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보여주마.
무엇을?
침을 퉤 뱉고 아파트를 찾았다.
그는 침실 창문의 빗장이 풀린 집을 찾고 있었다. 그곳에 어떻게 침입할지, 그 방법도 훤히 알고 있다. 1층 에어컨 실외기 위에 발을 걸치고, 2층 베란다 격자에 매달리면 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리겠지만 그는 가능했다. - 329쪽
◆ 응모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 서평단 모집간 : 7월 23일 ~ 7월 29일
◆ 모집인원 : 10명
◆ 발표일 : 7월 30일 (→이벤트 당첨자 발표)
◆ 서평 작성 마감일 : 책수령 후 2주 이내 ( → 책수령과 서평완료 댓글 확인)
응모 자격:(쪽지는 처음 신청하시는분과 연락처 변경된분만 보내세요) ◆ 정회원만 신청 가능합니다. (준회원인 경우 등업 신청을 받으세요-지역별 모임방) ◆ 위의 내용을 스크랩 하시고 댓글로 신청을 남겨주세요. → 1.닉네임: 2.이름: 3:신청도서 4:주소 정확히(우편번호): 5 :핸드폰번호: 6:직업: 7: 아이디 쪽지로 1~7번까지 적어서 예쁜글씨 앞으로 댓글 응모와 함께 보내 주세요. ◆ 회원정보에 실명기재 확인, 블로그 공개 확인 합니다.(스크랩 확인) ◆ 책수령 후 2주안에 자신의 블로그와 독서클럽, 인터넷 서점(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 리브로 등) 중 2곳에 서평을 남겨 주셔야 합니다
◆ 2010년 1월부터는 서평 이벤트 당첨 확인 후 출판사 담당자에게 메일로 책 받을 배송정보를 보내주시고 댓글로 확인을 남겨주셔야 합니다.(→이벤트 당첨자 발표) |
'책 정보와 리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약이되는 음식백과 (삼성) 10 (0) | 2010.07.26 |
---|---|
바람의 노래를 읽고서 (0) | 2010.07.23 |
[스크랩] 비기너 심리학 (이다미디어) 10 (0) | 2010.07.22 |
[스크랩] 남도 섬길 여행 (미래의창) 15 (0) | 2010.07.22 |
[스크랩]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미래의창) 15 (0) | 2010.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