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와 리뷰

[스크랩] 남도 섬길 여행 (미래의창) 15

하동댁 2010. 7. 22. 15:33

 

 

 

 

 

 

 

투박한 정겨움이 있는 섬길을 걷다

전국 구석구석 걸으며 남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걷기여행을 소개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유혜준 기자가 이번엔 섬길 걷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저 좋은 경치를 구경하고 둘러보는 정도의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남도의 섬들을 걸으며 만난 섬마을과 섬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진도, 거금도, 거문도, 청산도, 보길도를 걸으며 발견한 남도의 숨은 관광명소들과 유적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잠시 잊고 지내던 어머니의 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걷기의 매력에 빠진 길치 여기자, 이번엔 섬이다!

걷기열풍의 진원지인 제주올레길, 지리산 둘레의 길들을 연결하여 만든 지리산둘레길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지자 전국의 지자체들은 자신의 고장을 걷기의 명소로 만들기 위한 각축전으로 한창이다. 고성군 관동별곡 800리, 광주 무등산옛길, 경기도 비무장지대 트레킹 코스 등 전국 어디를 가도 걷기 좋은 길들을 만날 수 있다. 또 길은 운동이 부족하던 사람들에게는 부담 없는 운동코스로 제격이고, 각박한 도시를 떠나 마음의 안식처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치유의 장으로도 제몫을 한다. 바로 그러한 길에 매력을 느껴 전국 어느 곳이든 가리는 곳 없이 자신의 두 발로 걷는 사람이 있다. <오마이뉴스>의 기자로 활동중인 도보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이미 서울의 걷기 좋은 코스와 제주올레를 소개하는 『여자, 길에 반하다』라는 책으로 독자들에게 걷기의 매력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 그녀가 떠난 곳은 바로 남도의 섬들이다. 그녀는 『남도 섬길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남도의 섬들을 걸으며 만난 이야기들과 섬길 걷기 여행의 매력을 전하고자 다시 펜을 들었다. 영화 <스캔들>의 촬영장소였던 운림산방과 명량대첩의 현장을 만날 수 있는 진도, 공룡알해변으로 유명하고 레슬러 김일 선수의 생가가 있는 거금도, 남해에서 처음으로 등대가 세워졌다는 거문도, 슬로시티와 슬로길걷기축제로 주목받고 있는 청산도, 고산 윤선도와 우암 송시열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보길도를 그녀와 함께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섬길의 가운데 서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걷기의 매력은 여행지의 진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쪽빛 남도에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섬들을 다니면서 그녀는 걷기 편한 길, 경치 좋은 길, 사람 많은 길보다는 섬마을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길들을 다녔다. 그 길에서 그녀가 만난 것은 바로 사람들이다. 걷기 여행의 목적이 무작정 걷기만 하고 좋은 풍경만 보고 오는 것이라면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 제아무리 좋은 풍경이라도 자꾸 보면 질리지 않던가. 그녀가 걷는, 그녀만의 걷기 여행이란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여행을 의미한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다가 앉아서 굴을 까는 아주머니와 할머니를 보았다. 2층집 옆에 덧대어 만든 공간에서 두 사람은 굴을 까고 있었다. 석화를 깨서 굴을 꺼내는 날렵한 솜씨를 옆에 서서 구경하다가 물었다.

이 근처에 혹시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빙긋이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긴 없지.

아, 역시나 식당이 없구나. 그럼 어째야 하나. 접도로 넘어가는 연도교가 보인다. 저 다리를 넘어가면 수품항이 나올 텐데 거기서 식당을 찾아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굴을 까던 아주머니가 굴이 잔뜩 담긴 빨간 통에서 커다란 굴 하나를 흔들어 씻은 뒤 내게 내민다. 받아먹으니 뒷맛이 짜지만 상큼한 맛이 입안에 남는다. 굴을 먹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나를 보더니 아주머니가 내가 밥을 줄게, 하신다.

 

처음 보는 아낙에게 선뜻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할머니, 하룻밤 재워주신 값으로 내민 몇 푼 되지 않는 돈마저도 돈 받으려고 재워준 것 아니라며 한사코 물리치시는 할머니, 민박을 하러 온 손님에게 마치 종 부리듯 잡일을 시키셨지만 그래도 돌아다니면서 먹으라고 도시락까지 챙겨주시는 할머니 등 섬길을 걸으며 만난 섬사람들의 투박한 정겨움을 통해 그녀는 여행을 하는 즐거움과 또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 아마도 여행의 참 의미는 새로운 인연과의 만남을 위한 과정이 아닐까. 섬길여행을 따라가며 그동안 잊고 지내던 인정 가득한 섬마을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

 

 

 

저자소개

지은이_유혜준

자그마한 체구의 유혜준 기자를 보면, “아니 그 몸으로 어떻게 그 먼 길을 걸어다녔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그녀는 발걸음도 가볍게(정말 몸이 가벼워 보인다) 처음에는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영역을 넓혀 수도권 인근을 걷다가 걷기에 재미를 들여 전국 팔도와 섬들을 차례로 섭렵하였다. 이왕에 걷기로 한 거, 그녀는 내친김에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으며 만리장성에도 도전하였다. 지금도 그녀는 분명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이다(아니, 걷고 있다).

그녀가 어디를 걸었는지 궁금하면 그녀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된다. 걷는 것만큼이나 부지런히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혼자 걷기를 즐기는 그녀는 여행을 떠날 때 절대 책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나.

여행중에 그녀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여자 혼자 댕기면 무섭지 않소?”

“남편이 보내 줍디까?”

대답은 언제나 “아니요”와 “그럼요”이다.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로 재직중. 여행은 일하는 짬짬이 다닌다.

 

블로그 주소 : blog.ohmynews.com/olives

 

 

목차

1장. 진도를 걷다

진도를 걷다, 첫 번째 이야기

운림산방이 있는 곳, 진도로 떠나다

그대, 영원한 고려의 왕이어라

운림산방에 가면 스캔들의 흔적을 만난다

첨찰산 두목재에 산적 두목은 없었다

뽕할머니 소원이 만든 진도 신비의 바닷길

진도사람은 진도홍주를 마시지 않는다

비오는 날, 궁녀 둠벙에서 여인이 운다네

진도 금갑마을에서 귀인을 만나다

진도에 있는 개는 죄다 진돗개여

밥 세 끼 먹여주고 재워주고 2만 원?

스님, 밥 좀 얻어먹을 수 없을까요?

제발 배낭 좀 훔쳐가 주소

진도 울돌목에서 명량대첩을 구경하다

민박집 할머니, 숙박비를 얼마나 받을까?

우리 집에서 자느라 욕 봤소

도시락, 꼴은 우스워도 맛있네

혼자 댕기다가 누가 보듬어 가면 어쩌려고?

 

진도를 걷다, 두 번째 이야기

결혼기념일에 떠난 진도 도보여행

버림받은 깜순이, 새 주인을 만나다

에이, 벌 갖고 놀다가 벌침 쏘였네

땅끝마을 횟집은 문을 닫았다

진도 울금 막걸리, 감칠맛이 나네

성탄절, 소포리가 우리를 불렀다

두 개의 진도대교를 걸어서 건너다

 

2장.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를 걷다

소록대교, 걸어서 건너다

소록도에도 해수욕장이 있다

거금도에서 보낸 첫 밤

거금도, 바다와 양파밭 사이를 걷다

명천 마을 사내들은 거칠다?

경찰차를 타고 드라이브 하다

거금도 바닷가에는 공룡알이 있다

익금마을에서 만난 단군할아버지

레슬러 김일 선수의 추억과 만나다

혼자 잘 건데 모텔비 깎아주세요

거문도에 가거들랑 파출소부터 들러라

혼자 댕기면 안 무섭소?

거문도에는 버스가 없다

그리움으로 남은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

 

3장. 청산도를 걷다

사람이 그리운 섬, 청산도에 가다

슬로시티 청산도에는 슬로길이 있다

청산도에서 만난 혼자 사는 할머니

내가 돈 받으려고 너 재워준 거 아녀

청산도에서 고사리 캐다가 살모사에 물렸다우

돌담길이 예쁜 청산도 상서마을, 인심도 좋네

늘 방이 문제가 아니라 밥이 문제였다

 

4장. 노화도, 보길도를 걷다

여객선 타고 바다를 드라이브 할 뻔하다

노화도 지도를 보면 그 섬을 알 수 있다

항구의 모텔에서 자는 밤, 비명소리를 들었다

노화도와 보길도를 잇는 보길대교를 걷다

보길도 청별항, 바다가 보이는 모텔

견우와 직녀는 보길도에서 만난다

고산 윤선도, 보길도에서 신선놀음하셨구려

바다보다 숲길이 더 아름다운 섬, 보길도

노화도에서는 홍어 깃발을 볼 수 있다?

 

 

 

책 속으로

처음 진도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진도대교를 걸어서 건너 진도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바다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다리 아래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시퍼런 바닷물이 출렁거리고 멀리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이 보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짭조름한 미역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바닷바람을 흠뻑 맞으면서 걷고 싶었는데 버스는 진도대교를 지나 진도읍까지 나를 데려다 주고 말았다. 기왕에 지나왔으니 진도대교 걷기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돌아가는 길에 걸어서 건너면 되니까. 아껴두었다 걸으면 더 좋을 수 있지.|p.13

 

의신초등학교 명금분교장. 소란스러운 아이들 목소리에 이끌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놀이기구에 사내아이가 홀로 올라 앉아 있었다. 아이는 아홉 살이라고 했다. 2학년이고. 쉬는 시간이라 나와서 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운동장을 대각선으로 가로 지른 곳에서 아이들 셋이 놀고 있다.

2학년은 전부 세 명이고, 1학년은 한 명, 3학년은 다섯 명, 4학년은 일곱 명이란다. 학교운동장이 휑하니 넓어 보인 건 아이의 대답 때문이었을 것이다. 특히 1학년이 한 명이라는 아이의 말에 이 학교 역시 머지않아 폐교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러워졌다.

학교에서 나오다 보니 교문 옆에 국민교육헌장을 새긴 표지석 하나가 서 있다. 이 표지석,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티가 아주 심하게 난다. 낡고 추레하다. 국민교육헌장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외우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잊히고 말았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게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다.|pp.45~46

 

수품항에는 팔각정이 하나 있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팔각정에 올라가 배낭을 내려놓고 쉬었다. 정자 한 쪽에 수학문제집 한 권이 펼쳐진 채 놓여 있다가 바람이 불 때마다 책장이 제멋대로 넘어간다. 누가 여기까지 와서 수학문제를 풀다가 그냥 놔두고 갔을까?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고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부는 바람이 몹시 시원하다. 바다, 눈이 시리게 푸르다.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앉아 있으려니 피로가 씻기는 것 같다. 바다구경을 했으니 이제는 접도에서 유명하다는 웰빙 등산로에 올라야지. 등산코스가 네 시간짜리도 있다지만 시간을 보니 두어 시간만 걷다가 해가 지기 전에 내려와야 할 것 같다.|p.53

 

축제 무대는 진도 쪽은 녹진 무대, 해남 쪽은 우수영 무대다. 우수영 무대와 가까운 해안가에 성벽을 길게 쌓아놓았다. 성벽은 새로 쌓은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이 성벽 위에 올라앉아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가 아주 잘 보이는 자리임이 분명하다. 좋아, 나도 저기서 명량대첩을 보는 거야. 성벽으로 다가가 높이 가늠하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카메라를 성벽 위에 올려놓고, 다음에는 배낭을 얹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기어 올라갔다. 진도까지 와서 별짓을 다 한다 싶기는 했지만 재미도 있다. 깔판을 꺼내 깔고 앉으니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것이 아주 좋다. 자리를 아주 잘 잡은 것 같다.

명량대첩 재연은 볼만한 구경거리였다. 그까짓 거, 했는데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 울돌목은 유속이 빠르기로 유명한 곳이다. 유속이 빠르니 적조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단다. 명량대첩이야 세계 해전사에서도 길이 남을 만큼 유명한 해전이 아니던가. 유속의 흐름이 빠른 곳에서 당시 전투현장을 재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성곽 위에 올라앉아서 깨달았다. 바닷물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보였다. 해전을 재연하려면 연습을 많이 했겠다, 싶었다.|pp.86~87

 

“아줌마, 일어났어?”

어제는 아가씨라고 하더니 내가 결혼도 했고, 나이도 제법 먹었고, 대학생 아들도 있다고 하니 호칭이 아줌마로 격상(?)되었다. 할머니는 내가 노총각 아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음메 아가씬 줄 알았더만 아줌마네, 했다. 나도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르지 않고 아줌마라고 불렀다. 칠순을 넘긴 나이라고 해도 할머니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아줌마라고 불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아줌마, 저 일어났어요.”

할머니는 내가 민박집 손님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게 분명했다. 먼 일가붙이가 하룻밤 신세라도 지러 온 것처럼 하고 있으니, 원.

“벌써, 일어났는가? 얼렁 밥 먹세. 어여 오소.”

할머니는 방문을 닫고 할머니 방으로 건너가고, 나는 욕실로 들어가서 고양이 세수를 한 뒤 부엌으로 갔다. 손바닥만 한 식탁 위에는 상이 차려져 있었다. 어제 저녁에 먹던 멸치볶음, 묵은지, 김치 외에 입이 엄청나게 큰 생선 한 마리가 있었다. 그리고 깻잎절임. 할머니는 공기에 밥을 가득 퍼서 식탁 위에 얹어놓았다. 저 밥을 내가 다 못 먹지, 싶어서 압력밥솥에 밥을 덜어냈다. 식탁은 두 사람밖에 앉을 수 없다.|p.100

 

내가 숙소를 고르면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더운 물이 펑펑 나오느냐 하는 것이다. 가끔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아 해프닝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참으로 난감하다. 하루 종일 걷다보면 땀을 엄청나게 흘린다. 그렇게 흘린 땀을 씻고 쌓인 피로를 푸는데 따뜻한 물만큼 좋은 건 없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나면 피로가 일시에 확 가시는 것 같다. 그런데 더운 물이 안 나온다면? 그 다음은 상상하기조차 괴롭다.|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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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예쁜글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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