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와 리뷰

[스크랩] 라오라오가 좋아 (현대문학) 15

하동댁 2010. 6. 3. 05:58

 

 

 

 

 

 

 

 

존재의 불안과 불확실성, 삶의 무목적성을 세심하게 벼려낸

구경미 작가의 노련한 블랙유머!

 

국제결혼으로 한국사회에 편입한 라오스 여자와,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당한 중년 남자가 벌이는 충동적 도피행각!

물신주의 사회에서 소속감을 상실한 채 이방인이 되어버린 인간군상들

이들이 선택한 무위를 향한 삶의 일탈기!

 

 

현대문학에서 소설가 구경미의 두 번째 장편소설 『라오라오가 좋아』가 출간되었다. 2009년 6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월간 《현대문학》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한 쌍의 남녀가 벌이는 충동적 도피 행각을 통해 나약하면서도 이기적인 인간의 불안과 삶의 불확실성, 무목적성을 그리고 있다.

사회적 ‘루저’를 다룬 소설로 조명받으며 2000년대 한국 문단에서 ‘백수 문학’의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개성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반항적 자포자기의 제스처를 보여주는 『라오라오가 좋아』 속 인물들은 목표도 꿈도 없이 공허하게 살아가는 작가의 전작 속 인물들과 맞닿아 있다. 아등바등 살아도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닌, 아무 곳도 아닌 곳을 향한’ 존재들의 일탈은 방향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씁쓸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 이 책은…

 

구경미 작가의 전작 『노는 인간』『미안해 벤자민』『게으름을 죽여라』의 등장인물들은 주로 ‘루저’들, 즉 백수들이나 아웃사이더들, 경제적 무능력자들이었다. 현실에 반항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실적 욕구를 포기한 것인지 거의 구분되지 않는 상태의 이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도피적이라고도, 시니컬하다고도, 저항적이라고도 보기 어려운 요령부득의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신작 『라오라오가 좋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설 주인공 ‘그’는 번듯한 직장도 있고 아내와 아이도 있지만, 그를 지배하는 그림자는 ‘이방인’으로서의 자의식이다. 그는 라오스에서는 현장소장의 지위를 누렸지만 한국에서는 일개 월급쟁이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가족에게까지 소외당하는 인물이다. 그의 도움으로 한국에 온 아메이 역시 돌발적인 국제결혼으로 한국사회에 안착한 이방인일 뿐이다. 국제결혼과 라오스라는 배경은 이들의 이방인적 자의식을 환기시켜주는 장치이다. 일반적인 치정극과는 달리 어떤 정념이나 성적 긴장감이 절제된, 이 불륜서사의 외피를 쓴 이들의 불륜과 도피행각은 가정과 사회에서는 물론 오히려 서로에게까지 멀어지게 한다.

소설 제목 『라오라오가 좋아』에서 ‘라오라오’는 라오스 전통주의 이름이다. ‘그’가 아메이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라오라오를 마시며 처음으로 라오스를 이해할 수 있었듯이 소설 속에서 술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환기시키고 행동을 촉발하는 역할을 하는데 아메이와 그의 충동적 일탈 역시 술의 힘을 빌려 이루어진다. 자기결정권을 상실한 채 술에 기대서야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은 무기력한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생의 반전을 꾀하는 아메이, 돌연한 일탈로 가족과 사회에서의 지위를 완전히 박탈당하고 종국에 이렇게 되기까지의 원인 제공자였던 아메이로부터도 거부당하는 ‘그’의 이야기로 끝맺음되는 이 소설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인간사의 모순적인 내면을, 우스꽝스럽고도 뒷맛 씁쓸한 블랙유머로 환치시킨 우울한 삶의 풍경을 보여준다.

 

■ 줄거리

이 소설은 도망다니는 한 쌍의 남녀와 그들을 쫓는 가족의 이야기다. 라오스에 파견되어 건설현장 소장으로 일하는 사십 대 중년 남자 ‘그’는 라오스에서 우연히 알게 된 이십 대 여성 아메이에게 호감을 느끼고 후원한다. 라오스에서 아메이와 함께 귀국한 남자는 아메이를 처남에게 소개시켜주고, 처남은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만난 지 한 달 만에 아메이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결혼 생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에 실망한 아메이는 어느 날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그를 찾아온다. 낮술을 마시기 시작한 이들은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저질러진 실수를 만회하고자 마신 술로 그다음 날도 함께 밤을 보낸다.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현실에서 결국 도피행을 택한다. 그와 아메이는 부산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전국 각지로 무작정 떠돌아 다니고, 그의 부인과 처남인 아메이의 남편은 탐정까지 고용하며 이들을 쫓지만 간발의 차이로 이들을 놓치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메이가 사라져버리고, 이성을 잃은 남자는 아메이를 찾아 나선다.

 

 

■ 지은이 구경미

 

1972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경남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소설집으로 『노는 인간』『게으름을 죽여라』, 장편소설로 『미안해, 벤자민』이 있다.

 

 

■ 본문에서

 

자는 줄 알았던 그녀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든 데려가주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그 한마디가 내뱉어지는 순간 모든 것은 결정되었고 그는 받아들였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었다. 후회해봤자 늦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벌어진 일이었다. ‘한 번’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한 번’을 더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세 번째 ‘한 번’, 네 번째 ‘한 번’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운명에 맞서지 않기로 했다.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맞서지 않는 것,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또한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했다.

두 번째 날의 아침, 눈을 뜨는 순간 그의 세계는, 아이들과 아내는 그로부터 성큼 멀어져 있었다. 그에게는 결정권이 없었다. 책임질 수 있는 것을 책임지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이란 바로 눈앞에 누워 어디든 데려가달라고 호소하는 그녀였다. 그는 알았다는 뜻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본문 29페이지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싶게 오빠는 말하고 또 말했다. 높낮이 없는 말이 오빠의 뒤통수에서 흘러나오는 걸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하루는 자기랑 왜 결혼했냐고 묻더라. 그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다. 사실은 외로워서 결혼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전화 한 통 안 왔다. 몇 날 며칠 말 한 마디 안 하고 보내는 날이 허다했다. 아침에 눈 뜨면 내가 도대체 왜 살아 있는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너무 외롭더라.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때 하필 그 여자가 걸렸을 뿐이었다. (……) 어쩌면 술을 좋아할지도 모르는데 한 번도 같이 마시자고 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부르지 않는데 나이 어린 신부가 냉큼 술상 앞에 앉기는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가 같이 마시자고 했다. 잔을 들고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자기한테 맛있는 건 술이 아니라고 하더라. 뭐냐고 물었다. 나올 대답이란 게 뻔해서 그런 정도라면 얼마든지 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뭐라고 한 줄 아냐. 자기 입에는 코트가 맛있고 구두가 맛있고 서울의 친구들이 맛있다고 하더라. 나는 매일 맛있는 걸 먹는데 자기는 하나도 못 먹는다고 하더라. 나는 매일 맛있는 걸 먹으면서 자기는 하나도 못 먹게 한다고 하더라.” -본문 113~114페이지

 

 

문제는 구경미 소설의 인물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삶의 명분’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치욕과 모욕, 궁핍과 게으름을 견디거나 극복하면서까지 삶을 지탱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봤자 지금 여기의 내 삶에서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는 자조(自嘲), 내가 지금 느끼는 슬픔이나 기쁨 혹은 분노조차 내 삶을, 관계를, 세계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자탄(自嘆), 그렇다고 해서 크게 절망할 것도 없다는 이상한 자부(自負). 그런 것들이 절충된 태도를 정리하면 “흥? 쳇!”쯤 되지 않을까? 자신이 처한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의구심과 강한 거부의식(흥?)이 이내 세계의 변화불가능성에 대한 체념(쳇!)에 눌리고 마는 이러한 ‘흥? 쳇!’이야말로 구경미 소설의 인물들이 세계와 부딪히면서 빚어내는 어떤 포즈인 것이다. 『라오라오가 좋아』의 주인공 ‘그’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뜨거운 열정과 분노가 없는, 그렇다고 차가운 냉소를 뿜어내지도 못하는, 미지근한 온도의 인간이 무심코 뱉어낸 “어디로 가지?”라는 질문에 대한 질문이야말로 ‘흥? 쳇!’으로 일관하는 구경미식 인물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는지도 모른다. 나아가 구경미 소설의 체온을 재는 방법이 될는지도…….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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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예쁜글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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