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도대체 요새 무슨일 하고 다녀 ?"
" 엄마가 하는 일이 뭐야 ?"
" 뭐가 그렇게 궁금해 ? "
" 그냥 남들이 다 하는일 ..... "
" 그러니까 남들 다하는 그일이 도대체 뭐냐고 ? "
" ......................"
섣뜻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분명 나는 알바를 하면서 어떤일을 했다.
그런데 왜 ? 딸애한테 그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한것일까 ?
내속에 내가 한 일에 대해 부끄럽고
떳떳하지 못한 무언가가 숨어있다면 난 정말 나쁜여자다.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렸을까 ?
한참을 머리속에서 내가 한일을 말해야 하나
아님 그냥 말안하고 얼버무려 버릴까 고민하다가
드디어 나는 말을 했다.
" 엄마 청소하러 다녔어 "
" 엄마 무슨 청소 ? "
딸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신설한 회사 기계 청소하고 천정도 청소하고 .... "
" 엄마 .............. "
딸애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순간적으로 스쳐가는것을 나는 보았다.
아마도 엄마이기에 ... 내 엄마니까 ....
그래서 우리딸애의 얼굴빛이 서러움과 속상함으로 가득한것을 나는 안다.
" 엄마 나 속상해 우리 엄마가 그런 힘든일을 했다는것이 너무 속상해 "
" 괜찬아 엄마가 괜찬은데 어때 ? "
" 의약품 회사야 이번에 신설했고 굉장히 청결해야 하는 곳이라서
일주일 동안 먼지 하나 없이 쓸고 닦으면서 청소한거야
나름대로 보람된 일이기도해 우리 딸애의 자식들이 이담에 백신을
맞을텐데 엄마가 청소한 그곳이 의약품 백신을 만들어내는 곳이거든
그래서 더 열심히 청소했어 "
" 처음에 전직장 모임의 왕언니가 소개해서 갔는데 여러사람이 일을 했는데
엄마는 일주일동안 계속일을 할수 있었어 "
" 일용직 일이 더 열심히 해야 하는거야 왜냐면 하루 일시키고 일을 제대로 못하면
그다음날 나오지 마세요 하거든 그런데 엄마는 마지막 까지 일을 했어
오늘 퇴근하면서 사장님이 태워다 주셨는데 다음에 또 일을 하면
이여사님 꼭 나와주셔야 해요 라고 말을 하더라 엄마 기분 좋았어
어디서 무슨일을 하든지 내가 있는 장소에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거야
그러면 주위에서 그걸 알더라고 ... 하루만 일하고 다음날 못나온 사람들도
많어 저사람은 보이는데만 슬슬 힘안주고 얌체 같이 일을 한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줌마는 걸레질을 하는데 사장이 없으면 안한다는 것도 알고
걸레 하나를 빨아도 힘을 줘서 꽉짜야 하는데 슬슬 대충 슬렁슬렁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사장님은 안보고도 다 안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000 는 내일
안나와도 됩니다. 그렇게 말해 . 누구도 단 한사람도 왜 나는 안되요 ?
라고 되물을수가 없어 왜냐면 그건 완전 사장맘이니까
그래서 일용직 일을 하면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을 해야지만
그 일에서 탈락하지 않는거야 비단 커다란 회사 잘돌아가는 회사에서
낙오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일보다도 하루 하루 일을 하면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일당직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 크지 ...
엄마가 이번에 그걸 알았어 물론 엄마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하거든
돈받고 일을 하면 그돈에 상응하는 노동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알어
누가 보든 안보든 내가 해야 할일은 정성껏 최선을 다해 눈속임 안하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야 ....
엄마가 하루 칠만원씩 청소를 하고 42만원을 벌었어
이돈은 엄마가 처음으로 일용직 일을 하면서 벌었고 특히 가장 힘든
청소라는 직종에 종사하면서 번돈이라서 더 값지고 소중하다고 생각해 "
" 엄마 내가 엄마 용돈 20만원 더줄께 "
" 울 엄마 용돈 주고싶네 .... "
눈물이 글썽글썽한 딸애는 내게 20만원의 용돈을 약속했고 오늘 나는 그 용돈을 받았다.
왜 어째서 무엇이 챙피 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
열심히 일을 한것이고 남을 속인것도 아니고 나쁜일을 한것도 아닌데 내속에 직업에 대한
귀천을 따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처음 알바를 하면서 나도 내가 청소를 하리라는 것은 몰랐다.
그저 일용직 반장 이라는 언니가 소개로 처음 알바일을 한다고 말을 했는데
현장에 가서 보니 의약품 회사 신설된 기계 먼지를 알코올로 닦고 높은곳에
있는 기계에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청소를 해야 하는 일이였다.
막상 처음에는 겁도 났다. 현장맨위에 까지 온갖 스텐으로된 배관과 에어호스들이
얽히고 얽혀 있고 큰 스텐 탱크들이 둥그런 원통 형으로 한곳에 서너개씩 설치 되어 있는
현장을 우리는 쓸고 닦고 문지르고 광택이 나도록 닦아야만 했다.
하루는 천정속 미로속을 박박 기면서 빗자루 질을 하기도 했다. 전기 공사를 하면서 연결된 전선들과
에어호스줄이 네모다란 알미늄 관속에 수십개의 호스들이 연결되어 있는 곳을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저 눕다십피 하면서 쓸어야 했고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해서 한참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애를 먹기도 했다. 어쩌다 일어서면 삐죽삐죽 나온 볼트와 너트 그리고 앵글 부분에 몸이 부딪히기도
하고 쿡쿡 찔리기도 했다.
어느 하루는 옥상청소도 했다. 닥트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알루미늄으로 감싼 커다란 배기구들이
공조실안에 가득했다. 네모난 콘트롤 박스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먼지를 쓸고 걸레로
닦아냈다. 그래도 이곳 옥상 공조실 일은 그중 가장 수월한 청소였다.
무슨일이든지 삶의 현장이다. 일의 경중을 따질수는 없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나도 해야 하는것이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기계를 닦을때 처음에는 혹시 떨어질까봐 걱정도 되었지만 어떤 누구도 선뜻 하지
못하고 서로 미루고 있을때 예전부터 이청소일을 하던 젊은 각시랑 나랑 둘이 기계 맨 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해보니까 할만했다. 스텐배관들이 많아서 배관을 밟고 올라가도 되니 굳이 사다리를 타지
않아도 올라갈수 있었다. 일용직 일은 매일 매일 급료를 지불한다. 일이 끝나면 모두 경비실 에 모여
사장님이 하루 하루 급료를 계산해 주셨다. 돈을 받을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일당도 세고 .....
일만 많으면 좋은데 일주일 정도 하는 물량이였다. 아빠 어디가 에서 민율이가 한 멘트가 생각난다
" 이종이 소중한 종이 인데 .... " 날아간 지도를 보면서 무심히 한말이
나도 같은 멘트 하나 날린다 " 이돈 소중한 돈인데 42만원 ...... "
무슨일을 할까 ?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이돈을 쓰고싶다. 여름날 땀을 바가지로 흘리면서 청소로 번돈 .......
책을 몽땅 살까 ? 아님 여행을 가버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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