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이혼했어도 애들을 시댁에 보내는 이유는

하동댁 2011. 2. 2. 08:04

명절을 기다리도 않으며  좋아하지도 않는 싱글맘 입니다 .

오랜 세월동안 항상  홀로 보내야 하는 명절이 달가울리가 없으며

남들사는 모양을 보면서 내심 내 삶은 어찌 이리 외로운가 느껴지기도 하고

그저  살아온  내 삶들이  허망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애들은  시댁으로 올라갑니다 .

얼마전  시어머님이 전화를 하섰습니다.

" 에미야 올해는 얼굴좀 보자 "

" 애들만 보내지 말고 너도 올라와라  "

" 으그 엄니 지가 거길 어떻게 가요 ? "

" 난 아직도 너가 보고싶다 . "

" 아픈데는 없지 ? "

" 엄니는 어때요 ? "

" 도련님하고  아가씨는 잘있지요 "

" 맨날 속썩이고 살지 ...  "

" 항상 너가 고생하는줄 안다 .  얼굴 한번 보자 "

" .......   "

" 엄니 건강하세요 ..  "

 

 

 

 

올해도 우리 시어머니는  날 기다리고 계십니다 .

예전 이혼하기 전에  시어머니는 전형적인 못된 시어머니의  모델이셨습니다 .

당신 아들 바람을 피고 날 힘들게 하여도 그 모든 책임은  다 내잘못이라고 하셨고

어린 애들과 함께 시댁에서 남편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나에게

온갖 힘든 말과  행동으로  어린 날 구박하섰습니다 .

 

 

어느날은  바가지로   내 머리를 내리치는 통에  안경이 깨지고

얼굴엔  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

그런 모진 시어머니 였습니다 .

과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납고 막내가내이고  억지부리고

도통 대화를 할수 없는 사람이였습니다 .

남편의 외도와 시어머니의 모진 학대 ...

마치 드라마의 한장면 과도 같은 세월을  삼년보내다가 드디어 애들과 같이

친정살이를  택해야 했습니다 .

그토록 모질고  날 힘들게 했던 시어머니가  이젠  그저 뒷방 노인네처럼

힘없고  어디 기댈곳 하나 없는 쓸쓸한 노년의  삶을 살고 계십니다 .

아직도 날 며느리로 생각하고

명절만  되면 전화를 어김없이 하십니다 .

 

 

 

 

비록 이혼을 하고 살지만 애들에게는  뿌리의 근원인 곳입니다 .

할머니도 손주들을 보고 싶어하시고  애들 아빠도 애들이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 압니다 .

그래서 난 애들을 항상 명절이 되면   시댁으로 올려 보냅니다 .

물론 철이 들기 전 몇해동안 시댁 가는것을 꺼려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항상 응당 가는 거려리  하고 생각하고  갑니다 .

 

 

 

나와 애들 아빠와의 인연의 줄은 싹둑 잘라져 나갔다 하더라도

애들 아빠와 애들의 연줄은 한 지체 마냥 항상 이어져 있습니다 .

그래서 난 애들 아빠의 일들이  잘되기를 바라며  잘 살기만을 바랍니다 .

미움이나 원망보다는  그저 애들의 아빠로서의 구실이나마 제대로 할수 있기를 바라는

맘이 더 큽니다 .

올해도 애들은 자신의 혈육인 사람들을 만나서  시어머니를 보고  " 할머니 " 라고

부르고 작은 아빠도 만나고  시고모님  시이모님  그리고 고모도 보고 올것입니다 .

그속에서  자신들의 가족과 혈육의 정 느끼고  오겠지요 .

 

 

 

 

언젠가는 나도 시댁에  갈 날이 올것입니다 .

지금은  부족합니다 .

좀더 멋지게 날 보여주고 싶습니다 .

당신 아들이 버린 내가 얼마나  멋진 여자로 남아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맘도

있는것을 보면 난 정말 못말리는 푼수입니다 .

그러나   그런 맘이 존재 합니다 .

 

 

시어머님이 아직도 날 며느리처럼  대하시고

내게 살갑게  " 에미 " 라고 부르시는 것처럼

내 가슴속에도 아직도 난 그분을 " 엄니 "  라고 부르는 것은

애들의 핏속에  그분의 피가 흐르고

전 남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비록 나는 호적에서 완전 떨어저 나온  사람이라고 해도

애들은  그분의 친손녀 입니다 .

애들 아빠의 사랑하는 딸들이고  보고싶은 딸들입니다 .

나 혼자만의 욕심으로   애들을 내곁에만 머물게 하지 않습니다 .

 

부정할수 없는 존재 ,

떨쳐내어 버릴수 없는 존재 라면

차라리 소통하면서  더 얽히고 섥힌 관계가 되어 아프게 사는것보다는

명절 만이라도  도란 도란 가족의 정을 느낄수 있는 그런 만남이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전 항상  애들이 없는 명절을 보낸답니다.

그래서 명절이 싫어요 .

자고 싶은 잠만 퍼지게 잘까합니다 .

 

명절 잘보내십시요 .....

 

 

[애들 보내느라 이리저리 준비해주고  청소해놓고 들어와보니 베스트라고.... 

감사합니다 .   복받으실 겁니다 ..   관계자분들 ....    ]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