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피아골에서 날아온 감동의 손편지 ... 사랑의 밤을 구우며 .....

하동댁 2010. 12. 26. 04:24

우리는 우연한 곳에서 인연을 만나고 그 인연은 필연을 만들곤 한다.

첨으로 인터넷 이란 것을 알던 작년에  난 우연히 농촌 카페 한곳을 알게되었다.

물론 가장 유명한  우수 카페이다.

그중에서 중도님과 생긋님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들은 두분 모두  가슴속 한많은 사연들을  간직한채 하루 하루 섬진강 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밤농사를 지으시면서  법없이도 살사람들이였다.

오로지 수입이라고는 밤농사와 갖은 산나물을 캐는 것이   주수입이였는데

어느날 밤을 보관하는 저온 창고가 고장이 나서 그 많은 밤들이 모두 하루밤새 얼어버리는 일이 생긴것이다.

우리는 모두 십시일반으로 도와서 그분의 밤을 팔아드렸다 .

그 적은 일이 계기가 되어 그분이 하시는  "번뇌야 놀자 " 라는 카페라는 곳도 가입하여

서로 댓글을 통하면서 힘든 인생사 헤처 나가는데  적은 힘으로나마 용기를 주고

기운을 주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카페도 엎어지고 그분들과도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

나 또한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아직도 냉동실에 보관중이던 작년 가을 밤을 보면서

가끔씩 어디서 무슨일을 하고 어찌 사실꼬 하면서

가벼운 의문이 들곤했다.

 

그렇게  올 사월 우린 서로 먼 사이가 되어버렸다.

며칠전  예쁜  손편지와  깃털같이 작은 밤 이라고 주인장이 말한 밤 이 택배로 날아왔다.

피아골 산속에서 ....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동안 잊지않고 날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그토록 애지중지  낡은 집을 가꾸고 하던 섬진재 를 어떤 이유에서 인지

나오셔서 (아마도    집을 빌려주셨던 지인이  부엌도 만들고

사람 살만한 집으로 만들어 놓으니 맘이 변하셨는지 모르지만 )

밤산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사섰다는 글을 읽으면서

어찌나 맘이  아프던지 ....

 

 

 

 

 

  "눈부시도록 흰 안개 이불을 덥고 누워 있는 섬진강이 기지개를 펼 때 쯤

강건너 지리산 왕시루봉은  저 혼자 마냥 붉어진 얼굴을

시린 햇살에 홀로 붉은 단풍을 드러냅니다


촉촉한 안개를 헤치며 산에 오르면,

동글생글 이슬방울을 머금고 누워 있는 건강한 알밤들을 만납니다.

그 모습 어찌나 싱그럽고 이쁜지......,

 

어두운 밤에 산 뒤집어 놓고

뒷정리 없이 사라진 멧돼지의 몸부림도 만나고

어디선가 툭! 떨어지는 밤송이 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다람쥐도 만나고

모든 뼈마지가 쑤시도록 쉴 틈 없이 밤을 줍다가 지치면

이미 산과 하나된 우리는 ,

안개와 이슬에 젖은 옷도 말릴겸

낙엽과 밤송이를 태워 커피 물을 끓이며

산소리를 듣습니다.

 


 

 

무심으로 세상을 도운 하늘을 보며 감사함으로 들숨을 하고

무엇을 토해 내어도 절대 탓이 없는 대지에게 정직한 날숨을 합니다.


이 가을 두루 평온하신지요?

지난해 손이 서툰 초보농군의 알밤 창고 재난으로 절망하였던 저희에게

따스한 온정과 사랑을 보내 주신 은혜!

온 몸 낮추어 인사 올립니다.


저희는 지난 4월 밤 산에서 천막생활을 하다가

밤산 바로 아래 왕시루봉을 마주하는 백운산 자락에

간신히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전화가 들어오지 않아 인터넷도 되지 않고,

바깥 살림살이 어떠한지 가끔 오시는 지인들의 입소문으로 듣습니다.

산이 있고 바람이 벗해주어 그리 심심하지는 않지만

작은 소통을 위해 손 폰도 하나 마련하였습니다.


 

 

찜통 같은 더위와 비바람이 오락가락하는 8월 초 부터

이미... 오르면서 땀이 범벅이 되는,

돌아서면 풀이 다시 자라나는 일만팔천평 가파른 밤을

예초기로 작업을 하면서

중도님은 비 오듯 흐르는 땀에 두 눈이 짓무르고,

즐기면서 한다는 신관이는 힘든 내색없다가 손가락 통증으로 잠을 설치고,

밤산을 가꾸는 동안 새참 나르는 생긋이는

취나물, 고사리, 도라지, 영지, 딱조, 둥굴레 등등

약초를 조금씩 캐며 지냈지요.


수확을 앞두고 지난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만반의 준비를 하였는데...

이상기온으로 지난해 보다 올밤 수확이 늦어지고, 

때늦은 태풍에 채 익지도 않은 밤송이들이 우수수 떨어지더니

농약과 제초제등 생명에 해가 되는 약품들을 거부한지 4년이 지났건만

아직 나무들이 병충해 저항력을 회복하지 못한데다가

유난히 햇볕이 적었던 탓인지 벌레먹은 밤들이 너무 많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늦밤 철이 이르자 온 산이 주먹 같은 알밤으로 주단을 깔아 놓은 듯

한꺼번에 쏟아져 일손 부족으로 행복한 비명을 질러보는 풍성함도 있었답니다..



 

 

이 수확의 기쁨을 같이 하고 싶어 너무도 적은 양 입니다만,

저희들의 정성을 담아 보았습니다

용기와 사랑을 나눠 주신 귀한 인연들께 조금씩 보내드리다 보니

부끄럽도록 적은 양 입니다

자연이 준 이 열매를 드시면서

한 때 라도 오손도손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리고 며칠전 어느 자연인의 온정으로 저희는 어머니 품속같은

피아골 품에 안겨 겨울을 나게 되었습니다 ,

내년봄에는 나물뜯고 가을에는 알밤줍는 소풍 오세요

언제든지 섬진강, 구레, 하동 피아골을 지나시는 길이시면

꼭 한번 들려 주십시요 

늘버선 발로 마중하는  반가움과

거친산차 닳이는 물소리 식지 않게 하겠습니다 .

늘  평안 하옵시기를

행복하시기를  안락하옵시기를 ,,,,,,             

                              피아골 산방에서 중도 생긋 올림               

 

 

 

다시 만난 소중한 인연 잘 엮어서 실줄 날줄   한 올 한 올 

모시 적삼 한벌 만들어 더운 여름날 한줄기 소나기 처럼

그렇게   인연의 삶을  엮어보아요 ..

 

넘 소중한 알밤 오늘 맛있게  구어서 먹었습니다 .

지금도 그 포근한 알밤이 내 컴 앞에 몇개 오롯이 날 처다보고 있습니다.

늘 행복하십시요

늘  평안하십시요

한폭의 수필처럼   담담하게 써 내려 가신 글이 넘 좋아  이렇게 자랑합니다.

오늘 하루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

온종일 추위와 싸워 감기로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글을 올립니다 .

언젠가는 날을 잡아  내 고향 가는 길목 구례구역에서  전화 한통 드리지요 .

사랑합니다.    중도님   생긋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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