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하동댁 2021. 10. 27. 20:00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있는 할머니에게 

굴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국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덜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때 

자마니 한 장조차 덜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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