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한두 평 여름밭을 키운다
재는것 없이 막행막식하고 살고 싶을 때가 있지
그때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밭이 생겨난다
그냥 둬보자는 것이다
고구마순은 내 발목보다는 조금 높고
토란은 넓은 그늘아래 호색한처럼
그 짓으로 알을 만들고
참외는 장대비를 꽉 물어삼켜 아랫배가 곪고
억센 풀잎들은 숫돌에 막 갈아 나온 낫처럼
스으스윽 허공의 네 팔다리를 끊어놓고
흙에 사는 벌레들은 구멍에서 굼실거리고
저들마다 일꾼이고 저들마다 살림이고
저들마다 막행막식하는 그런 밭날이 무명빛으로 잘 들어
내귀는 밝고 눈은 맑다
그러니 그냥 더 둬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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