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여름밭 - 문태준

하동댁 2021. 8. 2. 15:14

여름에는 한두 평 여름밭을 키운다 

재는것 없이 막행막식하고 살고 싶을 때가 있지 

그때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밭이 생겨난다 

그냥 둬보자는 것이다 

고구마순은  내 발목보다는 조금 높고 

토란은 넓은 그늘아래 호색한처럼 

그 짓으로 알을 만들고 

참외는  장대비를 꽉 물어삼켜 아랫배가 곪고 

억센 풀잎들은  숫돌에 막 갈아 나온 낫처럼 

스으스윽 허공의 네 팔다리를 끊어놓고 

흙에 사는 벌레들은 구멍에서 굼실거리고 

저들마다 일꾼이고 저들마다 살림이고 

저들마다 막행막식하는 그런 밭날이 무명빛으로 잘 들어 

내귀는 밝고 눈은 맑다 

그러니 그냥 더 둬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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