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하동댁 2021. 1. 24. 13:38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힌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든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이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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