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넥타이를 맨 담벼락을 만났다 - 이제우

하동댁 2021. 1. 24. 13:33

낯선 곳, 낯선 골목에서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마음을 불러 세우는 담벼락을 본다 

비틀거리며 살아 온 나의 넋두리를 

손사레 치지 않고 다 들어줄 것 같은 

담벼락을 보고 

덕지덕지  감추며 살아 온 나의 슬픔도 

가만히 다 닦아줄 것 같은 담벼락을 본다 

약간은 시골스러운 넥타이에  투박한 

색상의 외투를 걸친 채 구멍난 가슴을 

안고 서 있는 나를 닮은 담벼락을 본다 

금방 쓰러져도 이상할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지친 모습이지만 오랜 세월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고 선 구멍난 가슴의 

담벼락을 본다 

낯선 곳, 낯선  골목길에서 만난 투박한 

담벼락,  구멍난 가슴에  대고 가만히 

속삭여 본다 

참 수고 했다고, 참으로 고맙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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