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그릇 - 안도현

하동댁 2021. 1. 28. 12:41

사기 그릇  같은데 백 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담아 밥상에 올리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그릇에는 자질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수  없는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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