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쓸쓸한 편지 - 정호승

하동댁 2019. 12. 31. 22:27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 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팹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