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비오는 날의 풍경들 - 인애란

하동댁 2019. 12. 31. 22:14



산다는 것은

어떤 이에게는 풀밭에 떨어지면

풀들에 깃드는 물방울같이

산다는 것은

어떤 이에게는

그 산에 깃든 풀 포기 하나까지

쓰다듬는 일이다

양철지붕에 썯아지면

쇠못 소리를 내는 물방울같이

산다는 것은 

어떤 이에게는

그 삶에 부딪히는 날카로움을

하루하루 견디는 일이다


이런저런 모양과 크기가 다를 뿐

못 다한 일들이

비바람 끝에서 춤을 추고

가랑비든 궂은비든

피해 갈 수 없는 게 사람이다

저마다 제 삶에

맑은 무지개 하나

걸어 두고 싶은 게 사람이다


너무 어렵게  셈하며 살지말자

무언가 내 안에서 느끼고 움직이는 것들을 향해

걸어가는 거다

등 돌린 만큼 외로운 게 사람이니

등돌릴 힘까지 내어

그들을  향해 걸어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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