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여행 )

선암사 겹벚꽃 (19- 22)

하동댁 2019. 4. 23. 23:08

선암사는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고찰로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

선암사적기에 따르면 542년 진흥왕3년에 아도가 비로암으로 창건하였다고도 하고

875년 헌강왕 원년 도선국가 창건하고 신선이 내린 바위라 하여

선암사라고 하였다 한다

고려 선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 중건하였는데

임진왜란이후 거의 폐사로 방치된것을 1660년 현종이 중창하였고 영조때의

화재로 폐사된것을 1824년 순조 24 해붕이 다시 중창하였다

경내에는 보물 395호 선암사 삼층석탑과

보물 제 1311호 순천 선암사 대웅전등 다수의 중요문화재가 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 

2009년 12월 21일 사적 제 507호로 지정되었다

한국 불교 태고종의 본산인 조계산 선암사는

2018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의 7개사찰을

묶어 인증했다  7개의 사찰중 남도는 선암사가 유일하게 포함되어 있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찰임을 알수 있다

규모가 큰 사찰들이 많지만 세계문화 유산에 선암사가 포함된것은

세계문화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까다로운 조건에 합당했기

때문이다

순천 선암사를 소개 할때면 늘 하는 말  가장 아름다운 절이라는 말을 한다

선암사의 봄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 보면 절대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되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사찰 이다.  나역시 벌써 몇번의 선암사의 봄을 만나고 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쪼구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시인의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는 시를

암송하면서 난 동료와 함께 선운사를  갔다

처음 내 계획은 그랬다

혼자서 아침 일찍 순천 가는 기차를 타고 순천역에 내려서

선암사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는  시골길을 달려

선암사로 간다음에  선암사 해우소에서 눈물 한방울 흘리고

천년 불심길을 걸을 생각이였다

송광사 넘어 가는 그 길을 걷다보면  보리밥집이 나오고

그집에서 보리밥 한그릇  배 부르게 먹을 생각이였다.

그런데 항상 여행이라는 것은 예상을 빗나간다

일단 어제 비가 주절 주절 내렸다

그리고 기차를 탄것이 아니라  난 같이 일하는 동료의

차를 얻어타고  선암사로 간것이다.

"선암사에는 지금쯤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겁니다

그 흐드려진 꽃가지를 붙잡고 근사한 폼으로 사진 한장 찍고 와요 "

난 동료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천년 불심길  중간이라도 가봅시다

그런데 난  선암사에서만  놀다왔다.

선암사의 흐드러지게 핀  겹벚꽃만 눈맞춤하고 왔다.

기분좋게 오는 비는 나무들에게  청량한 단비였다.

나무들이 일제히 모두 두손들어 두팔벌려 내리는 비를 맞이했다






들어가는 입구의 작은 계곡

초록의 잎들이 싱그럽다









수많은 부도들 ....



멋진 승선교가 눈앞에 보인다



원앞으로 쏙들어오는 저 작은 누각이 강선루 이다

아마도 이 승선교를 만든 사람은 필경  강선루가

보이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승선교는 1963년 9월 2일 보물 제 400호로 지정되었다

선암사에 이르기전 조계산 계류 건널목에 놓은 돌다리다

다리는 한개의 아치로 이루어졌고 전체가 화강암으로 조성되었다

기저부에는 가설이 없고 자연암반이 깔려있다고 한다

선암사는 창건과 중건이 통일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이루어진것으로 되어있으나  임진왜란때 소실되어 1660년 현종 1에 중창한것을

영조때에  화재로 1824년에 다시 중건되었으며  이 돌다리도 임진왜란 이후

사찰을 중창할때에 가설한것으로 추정된다고한다

숙종 24년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보려고 백일기도를 하였지만

뜻을 이룰수 없자  자살을 하려 하자 한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했다

대사는 이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우고

절 입구에 승선교를 세웠다고 한다

어쩜 이토록 돌로 이렇게 멋진 돌다리를 만들수가

있는지 새삼  조상님들의 손재주에 다시한번 탄복한다


이곳 선암사가 지금 몇번째지 ...

사랑하는 동생과도 오고  희연샘 하고도 오고

혼자 외롭게 걷기도 했고

그렇게 여러번 이곳을 왔건만

항상 올때마다 이곳은 다른 모습으로 나를 감동시킨다

이런 다리의 형태를 홍예라 하며 무지게 다리 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홍예중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어떻게 요즘처럼 장비도 없이  이렇게 쌓았다는 것이

신비롭기 까지 한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시인의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활짝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젔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꽃잎




뒷간  해우소

이 해우소의  똥을 누면

온갖 시름이 모두 저 아래 먼곳으로 다 달아난다

그간의 모든 걱정 근심  그 모든것을 다 이곳 뒷간에

떨어트리고 왔다








감히 누가 이 지산홍의 색을 흉내낼수 있을까

이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분만이 가능한 색일것이다




이 멋진 지산홍 앞에서

개폼 똥폼 한번 잡아본다

남들의 눈에 어찌보이든지

난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다

지나간 경험이 아무리 귀하더라도

내가 정말 돌아가고 싶은곳은

바로 지금 영원한 현재

이순간 이시간 이 삶이다



겹벚꽃 우리나라 자생이고

이꽃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올봄내내  꽃들과 눈맞추고

속삭이고  웃어주느라고 이 봄날이

유난히 빨리 지나가고 있다

보라는 봄이다  ....  자주 봐야지

붙잡을수 없으니 눈에 담고  가슴에 담고 

그러고도 아쉬어 사진으로 담고

설컹  가슴의 빗장을 열어 놓고

꾹꾹 눌러 담는다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쫒기듯 늘 먼저핀다

어느생이든 내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자리 다시 아물면 ,

내가 다시 벤다


이산하 - 생은 아물지 않는다















나는 이 멋진 봄날의 겹벚꽃을 몇번이나 볼수 있을까

손가락으로 헤어려 본다

아마도 열번은 볼수 있을꺼야 부지런히 다니면

내 다리로 걸어서  이곳 선암사 뒷간에 와서

눈앞에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똥 툭 털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





무작정  봄을 기다리지 마라

봄이 오지 않는다고 징징대지 마라

바람부는 날이 봄날이다

웃는날이 봄날이다

꽃이 피지 않아도  꽃은 지고 없어도

웃는날이 봄날이다

아픈날도 봄날이다

지나보면 안다  오늘이 그날이다


박수진 시인 - 봄날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일


문태준 시인의 꽃진 자리에



 

난 항상 선암사에 오면 운수암에  들른다

지난번 임샘과 왔을때에도

동생과 왔을 때에도 난 이곳에서

커피 한잔을 꼭마시고  나왔다

오늘도 운수암 관음전앞에  쪼그리고 앉아

커피를 마실 예정이였다

그전에  홍도화 를 붙잡고 사진을 막 찍으려던 순간

어느 굵직한 남성의 음성이 들렸다

" 거기 지금 꽃 아프게 왜 가지를 잡고 난리요 "







이런 모습으로 홍도화와 사진을 한장 찍으려는데

불호령이 떨어졌다

할수 없이 꽃가지를 원래의 자리로 이동시킨후

난 저위의 돌섶으로 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이동했다

그순간  그스님이 또우리를 불렀다

" 어디서 오셨소 ? "

웬지 무서워 보여서 답을 못하고 서성이는데 다시 한번

스님의 소리가 들린다

" 어디서 오셨냐고요 "

이번에는 답을 안할수가  없어서  대답을 했다

" 익산에서 왔어요 "

" 스님 저 이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고 싶은데 괜찮치요 ? "

" 뭐할려고 거기서 마시요  이 마루로 올라오시오 "

전혀 예상치 않은 답이였다

그순간 무서워 보이는 스님의 얼굴에서 외로움을 보았다

스님도 나처럼 외로운 사람이구나 !!!!

그리하여 시작된  스님과 나하고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난 가방에 있던 사과와 오렌지 과자  옥수수를 모두 꺼내놓고

스님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면서 두런 두런 이런 저런 세상사는

영양가 없는 말들을 하면서  웃었다

우리가 외모만 보면서  가끔은 혼자 단정짓곤 한다

" 저 스님 무서워 보여 "

그런데  정작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면 그스님

역시 우리와 같은  외로운 사람 인것을 알았다

우리가 가저간 사과 오랜지 옥수수를  맛있게 드셨다

콘칩 남은 과자 한봉지도 마저 다 드리고 암자에서 내려왔다

스님 오랜만에 과자 맛에 홀딱 반하신것은 아니시지요 ~~~~



스님이  과자 콘칩을 맛있게 드신다

" 스님 이렇게 사진을 찍게 해주셔서 영광입니다 "

" 영광은 법성포 아래에 있소 "

" 하하하  "




스님 잘놀다 갑니다

다음해 곡우 겹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다시 찾아와서 인사 드릴께요

스님이 좋아하시는  과자 많이 사올께요













꽃은 사람이 좋아 자꾸만 피는가

사람은 꽃이 좋아 사랑을 하네

내나이를 묻지 마라 꽃은 나이가 없고

사람은 늙음을 모르지

그러나 꽃의 아픔을 모른다면

사랑의 슬픔을 모른다면

쓸데없이  먹은 나이가 진정 부끄럽지 않은가


이채의 중년의 가슴에 3월이 오면














광대수염 이 눈에 들어왔다

이 어린순을 나물로도 먹고 전초를 한방에서

약용한다   꽃말은 외로운 사랑

너도 외롭니  실은 나도 외롭단다



덜꿩나무




병꽃나무가 벌써 피었다

5월에  피고 병모양의  꽃이 노랗게

익었다가 점차 붉어진다








주절 주절 내리는 비를 피한다고

우산을 쓰지만 나는 안쓰고 싶었다

그저 내리는 비를 맞고 싶었다

이것도 추억이야  낭만이지  운치 있잖아

그냥 맞는거야  비가 내가 되고 나는 비가 되고 ...

그렇게 사부작 사부작 걸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운자샘의 애마에 올라탔다

돌아오는길  기사식당에서 백반을 먹었는데

밥이 정말 안좋았다.  웬지 오래된 밥을 다시

찐듯한 느낌 !!!   반찬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고 ....

배부른 자의 배부른 소리다 .

난  배고픔의 음식보다는

그저 오래도록 선암사 이 곳에서  지식의 양식들을

지혜의 양식들을  감동의 양식들을

더많이 먹고 싶었던 하루였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입에 물고

아 ~~~ 이 화려한 봄날이 가고 있다

저멀리 냅다 달아나려고 한다

힘껏 쫒아가지만  달리는 저 세월을

바람처럼  왔다가는 이 좋은 날들을 한줌도

붙잡을수가 없다.  

그저 자판기 두둥기면서  애꿎은 활자판에 신세 한탄만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도 좋다  살아있어서 좋다

움직일수 있어서  ... 

숨쉴수 있어서 ...   모든것에 감사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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