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기

거제 해금강 둘레길 (19 - 18 )

하동댁 2019. 4. 7. 21:12








익산의 송운 산악회는 내가 정회원으로 가입한 유일한 산악회다.

산우님들이 모두 젠틀한 분들이시고

여자 회원들 역시 모난 사람 없이 유순한 성격의 분들이 많다

몇년 다니다 보니 모두 가족같은 그런 분위기다

큰소리로 다투거나  술취해서 해롱대는 사람도 없고

그런이유로 난 송운 산악회를 사랑한다

이달의 산행지는 거제의 해금강 둘레길을 간다

한달전부터 연가를 받아 이날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전날 예보에 비가 온다고 한다

뭐 그런들  그래도 그럼에도 우리는 간다

비가오면 비오는 대로 운치가 있고

우중의 산행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

그리하여 우리는  거제도를 향하여 떠났다.







거리엔 온통 벚꽃들이 우리가 가는길을 반기고

노란 개나리   유채꽃 흰싸리꽃까지

온갖 꽃들이 피어서 만화방창이다

오늘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랜만에 만난

 옛직장동료가 내게 말했다.

" 경희야 너 정말 예쁘고 세련되젔다 "

" 아니 뭣이라고 난 원래  이뻤어

너가 애정을 가지고 보지 않았지 "

그녀는 얼마전 내가 천왕봉 갈때  그다리로 갈수 있겠어

하면서 나를 기죽인 장본인이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우리 송운에 왔다.

난 조금 거들먹 거리고 싶었다.

버스가 왔을때  난 일부러 회장을 더 친한척 하면서 손을 잡았다.

나 회장 하고도 이렇게 친한 여자야  ~~~~~

내가 생각해도 난 뒤끝 작렬인 여자다.

오늘은 어떤날이 나를 기다릴까

설레는 맘으로 차에 올라탄다

미리 준비해간  아이리버 엠피쓰리에서는

나얼의 바람의 기억이 흘러나온다.

일부러 한곡을  계속 재생해서 듣는다


바람 불어와 내 맘 흔들면

지나간 세월에 두눈을 감아본다

나를 스치는 고요한 떨림

그 작은 소리에 난 귀를 기울여 본다


내안에 숨쉬는  커버린 삶의 조각들이

날 부딪혀 지날 때 그곳을 바라보리라

우리의 믿음 우리의 사랑

그 영원한 약속들을

나 추억한다면  힘차게 걸으리라


내안에 있는 모자란 삶의 기억들이

날 부딪혀 지날때

그곳을 바라보리라

우리의 만남  우리의 이별

그 바래진 기억속에

나 사랑했으면 미소를 띄우리라


오늘 이곳에 얼마나 어울리는 곡인지 .....


내가 살아온 내 삶의 질곡들 ...

난 지금이 내 생애중에서 가장 행복하다

잘자라준 두 딸들 ...

예쁜 손주가 둘이나 되고

직장 생활은 얼마나 좋은지 ...

봉사하는 맘으로 일하는곳에서

난 월급도 받는다.  이 모든것에 감사한다








오늘 내가 걸을 길은  해금강 둘레길인데

신선대에서 바람의 언덕  굿개봉 우제봉 코스다

약 7, 6 키로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거제도 남동쪽에 불쑥 튀어나온 갈곳이 있는데

그끝에 떨어져  나간 한 덩어리 돌섬이 해금강이다

바닷물은 맑고 푸르며 위태롭게 솟은 촛대바위, 십자동굴 로

불리는 수로 사이의 푸른 물결과 함께 절경이라고 한다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거제 해금강 둘레길 트레킹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도장포 마을에 도착한다.

이곳 거제에는 문제인 대통령 생가도  있다

둘러보고 싶었지만 산악회를 따라왔기에 그냥 통과해야 한다

관광버스 안에서  간판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해금강 둘레길 얼마나  가고 싶었던 곳인지 모른다

티브이에서 바람의 언덕 사진을 보면서

혼자 상상만 했던 곳이다






신선이 내려와서 풍류를 즐겼다는 신선대

해안가로 초록의 풀들과 유채꽃이

한데 어울어져서 봄날의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수선화도 피어있고



















신선대에서 사랑하는 민자랑 ...

이 멋진곳에서 딸랑 한장의 사진만 찍었다

경치에 반해서 사진 찍을 생각을  못하고




블랙이 찍어준 사진

고마워요  블랙 







도장포 마을 입구

옛날 원나라와  일본등을 무역하던  도자기 배의

창고가 있는데서 유래 되었다는 도장포 마을


















탁트인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바람의 언덕

이곳의 원래 지명은 띠밭늘 로 불렸으나

2002년 경부터 바람의 언덕으로 지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티브이 드라마  '이브의 화원'  회원목마, 종려나무숲 등의

촬영지였고  1박 2일 도 촬영된 곳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도 제대로 못찍고

그저 감상과 감동만 하면서 이곳을 스쳐갔다

내가 이곳에 와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항상 상상만 했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임주형 회장님이 찍어주신 단체사진속에

내모습이 있다


































소나무 껍질에 눈이 갔다

거북이 등가죽처럼  한겹 한겹 떨어진다

내 쭈글 쭈글하고 거칠은 내 손같아서

애잔한 맘으로 자꾸 만져본다.







이곳이 굿개봉 정상이다

벤취에 앉아 아름다운 해금강과 우제봉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황홀해한다.

걸을수 있다는 것과

볼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


내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 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하여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


드라마 눈이부시게의 마지막회 중


오늘 살아있음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

사랑하는 내친구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그 하루

난 그하루를 지금 살고있다.





























동백은 세번 핀다고 한다

한번은 나무에서 피고

두번째는 땅위에서 떨어진 채로 피고

세번째는 내 가슴속에서 핀다

난 지금 땅위에 떨어진 동백을 내 가슴속에

피우고 있다






















































우제봉 에는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러온  서불이 다녀간

마애각이 있었다고 하는데 1959년 태풍 사라호의 강력한

바람과 파도의 위력으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우제봉 정상은 군사시설이라 통제되어 있다




우제봉 전망대





내생각은 이곳에 앉아서

저 앞의 해금강을 바라보는 모습을

찍고싶었는데  사진을 찍으시는 분이

계속 자신을 바라보라고 하신다

애궁   ~~~ 
















천남성  독초다













둘레길 코스를 다 마칠무렵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동행했던 산우에게 내가 말했다.

" 이제부터는 비가 와도 괜찮아요  우린 재미 다 보았어요 그쵸 ? "

앞서가던 그가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서면서  큰소리로 웃는다

" 그래요  재미 다 보았어요  무슨 재미인지 모르지만 ...  "

비가 늦게 와서 다행이기도 하고

그전에 비가 왔어도 난 상관없었다

비온들 어떤가 !!!  그 비를 모두 맞기로 하면 그때부터는

그 비속에 흠뻑 젖어지는 것이다.

내가 비와 한몸이 되면  그땐  비도 나도 행복한것이다

안맞을려고  버둥거리고  가리고  뛰면 난 비한테 지는거다

그저 비오면  그냥 맞으면 된다.

그런데 난 지금 비를 피해 버스 정류장 안으로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면 난 비를 맞아도 상관없는데 같이 걸으신 분이

비를 안맞겠다고  이곳 버스정류장으로  걸어오신 것이다

나도  그를 따라서 이곳 버스 정류장 안으로 들어왔다.

다른 곳에서 비를 맞던 산우님들이 이 곳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이쁜 여자들이  한가득 되었다.

송운의 산우님들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미인이시다




내 사진을 찍어주신 권형중씨 감사합니다

우람한 체격에 맘씨는 잘모르겠다

잘모르는 사람과도 친한척 사진도 찍고

이런 포즈로도 사진을 박는다.

뭐 세상 사는게 별거던가 ~~~

그냥 남 피해 안주고 남 상처 안주고 살면된다

오늘 하루 충분히 행복하게 살면된다

다시 또 올것이다  이곳 거제도를 .. 

그때는 앤달고 와야지  경치 좋은 곳에서 손도 한번 잡아보고 

아무도 없음  뽀뽀도 한번 하고  ㅎㅎ 

뭐 상상은 언제나 가능한 일이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꿈 마저 꿀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이효리가 그 멋진 앵커 

손석희 아나운서 에게 한말이다. 

그렇다 불가능한 일이지라도  봄날 몽상가의 한낱 꿈일지라도

한번 꿈꾸어보자

 화려했던 어느 봄날의 하루가 이렇게 갔다.



[ 이곳의 사진은 손창호씨와 권형중 씨의 사진을 복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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