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로 인한 폐점 오리털 잠바 5000원 부터 창고에 있던 150만점 물류 대량 방출 안사면 손해
집앞 대형 옷매장 오렌지펙토링이 문을 닫으면서 90% 세일 한다고 작은애가 먼저 문자를 보내왔다. " 엄마 가서 보고 좋은것 있으면 사세요 언니도 간다고 했어요 " " 그래 알았어 " " 엄청 싸게 판다고 하니 가봐야지 "
2월 3일 아침 마침 나이트 근무라서 오전에 매장에 살살 걸어나갔다. 이제 10시 10분 밖에 안되었건만 길가에 차들이 쭉 나래비로
서있다. 매장에 들어서니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무조건 5000원 이라고 써있는 오리털잠바 코너로 가서 이것 저것 옷을 골라보니
웬걸 모두 사이즈가 안맞다. 내가 아무리 키가 작아도 몸집은 있으니 95는 입어야 하는데 모두다 90 밖에는 없다. 어쩌다가 95사이즈
록색 잠바를 하나 골랐으나 이곳 저곳에서 오리털이 군데 군데 나와있다. 아이고 싼것이 다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발길을 돌리는 순간
내앞에 우리 큰딸이랑 사위가 보인다. " 어머님 뭐좀 고르셨어요 잘고르면 좋은것 득템할수 있어요" 하면서 내손을 잡고 반갑게 말한다.
" 그래 뭐좀 골랐니 ? " " 아뇨 이제 시작이예요 " " 그래 우리 좋은것 있나 골라보자 " " 잘고르면 완전 대박이여 " 하면서 우리 세사람은
옷고르기에 열중했다. 나이 많는 중년아줌마랑 아저씨, 자녀 셋을 모두 데리고 나온 주부, 잘생긴 돈많은 부자 처럼 보이는 아저씨. 모두
다 이곳 오렌지 팩토링으로 다 모이신것 같다. 골라 골라 천원 하는 코너에서는 혹시나 뭐좀 골라 입을 옷이 있을까 싶어 이곳 저곳을
뒤적거리는데 어느 아주머니 한분이 내게 말을 거신다. " 싸다고 해서 왔는데 옷들이 다 사이즈가 작네요 우리 같은 아줌마들은 영
맞지가 않아요 " " 그러네요 저도 한참 뒤적이고 있는데 몸이 영 옷에 안맞는지 옷이 내몸에 안맞는건지 .... 아직 못골랐어요 "
두어시간 매장을 돌고 돌아 다녀도 나는 단 한가지도 고르지를 못했다. 내일 모레 칠갑산 가면서 입을 겨울 잠바 하나 사볼까 하는
맘으로 왔건만 쓸만한 옷들은 90% 세일은 아니고 거의 제값을 다 받고 내가 입을 만한 옷은 단 한가지도 고르지를 못했다. 큰애는
겨우 블라우스 23000원 짜리 하나와 사위는 5000원짜리 츄리닝 두벌만 고르고 매장에서 나왔다. " 뭐좀 더 골라봐 큰애야 "
" 엄마 두시간동안 달랑 요거하나 골랐어요 별로 살만한 것이 없네요 " " 나역시 잠바 하나 골라 볼려고 했는데 마땅한것이 없어서
안샀어 " " 엄마 우리 점심 먹고 들어가요 소서방이 사준다고 했어요 " " 그래 나만 오늘 횡재했네 점심 생각지도 않았는데 고마워
우리사위 "
" 어머님 뭐 좋아하세요 ? " " 난 콩나물국밥 " " 그래요 어머니 " 사위는 나와 큰애를 데리고 동부시장 별미 콩나물국밥 집으로
갔다. 중간맛의 콩나물 국밥과 오징어 한마리를 더주문해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헤어젔다. 우리 큰딸 내외 요새는 너무 재미있게
사는것 같아서 맘이 놓인다. 자상한 사위가 큰애를 위해서 이것 저것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도 지금
처럼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내일 산에 가면서 보라색 윗옷대신 다른 잠바 하나 입고 싶었는데 그옷 또 입어야 할것 같다.
아직 멀쩡한 옷이니 몇년 더 입어야 할것 같다. 문득 20년 넘게 오래도록 모자를 쓰고 다니신 어느 노교수가 생각난다. 올이 다
나간 너덜너덜한 모자를 퀘매고 퀘매서 쓰고 다니시던 노교수님 ..... 내옷 아직 너무 멀쩡하다.
2017년 2월 3일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