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박남준 시인을 만나던날

하동댁 2015. 8. 27. 07:47

 

 

퇴근하기 십분전  핸드폰의 카페 검색을 하다가 박남준 시인이 익산이 온다는 한줄 메모를 읽었다. 12시쯤 올리신 박시인의 글이였다.  " 이런 아니 왜 이런글이 이제야 올라오는거여 ~~~  그래도 어디야 일단 내가 읽었잔아 " 가는거야  좀 못생겼으면 어때 !!   내가 박시인을 존경하는데...  존경하는 사람 얼굴좀 보겠다는데  그까짓 겉모습이 무에가 중요해 가자 "  평소 외모에 자신이 없는 나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사람만나는 것에 두려움이 많다.  그러나  오늘만은 예외였다.  망설임도 없고 지체할 시간도 없다. 선택할 필요도 없다.  무조건 가는거다.

일단 가는것으로 결정을 하고 난 마음이 바빴다.  퇴근전 양치부터 하고 (평소에 집으로 가니 절대로 안한다 )  얼굴에는 다른 샘의 비비크림을 바르고  탈의장으로 가서 방금 출근한 장샘의 루즈를 빌렸다.  " 내가 오늘 좋아하는 시인을 만나러 가는데  자기야 루즈좀 줘봐 "

" 알았어 샘  이것이 말야 조명을 받으면 뽀샤시 하니 이뻐보여  이놈 발라줄께 "  온통 샘들이 나보다 더 야난이 났다.  나보고 어린아이 같다고

순수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면서 ...  " 나  원래 순수한 여자야  긍께 시인을 좋아하지 "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청 그시인을 좋아해서  열정적으로 시인의 꽁무니만 따라 다니는것은 절대 아니다.  일하면서 그가 쓴 책들을 읽고 새책이 나오면 서점가서 책을 사고  그 시인의 카페에 한줄 댓글 남기는 것이 고작 내가 하는 일이다.  어제만 알았서도 카메라를 준비하고 나왔을텐데 ..  못내 아쉽지만 시간이 없다.  모현동 행사장은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먼곳에 있다.  동료의 차를 얻어타고 중간지점에서 택시를 타고  콩콩콩 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면서 행사장에 도착했다.   입장하니 장소가 너무 협소하다.  넓고 큰 곳이면 더 좋으련만 그래도 가까이서 시인을 볼수 있으니   좋은점이 있다고 생각하자.  박시인이 앉은 자리 바로 코앞에서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생활 한복을 정갈하게 입고 계신 모습이 사진에서 자주 뵙던 모습이다.   " 시인같이 생겼네 천상 시인이네 ...  "   처음 박시인의 시를 대하던 날의 감흥이 새롭게 살아났다.   "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또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환장 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   내 입속에서 다시 한번 이 싯귀가 중얼거려진다.  이 사내의 마음이 꼭 내맘 같아서 봄이면 늘 암송하던 시다.  오늘 내가 이 시인을 마주하고 있구나.  비록  소주 한잔  대작 하진 못해도 그래도 이나마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마치 어린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던  아이돌 가수 콘서트 장에 온것처럼 내맘이 꼭 그들의 마음과 같을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들이 전부 수전증 걸린 사람처럼 모두 흔들린것은  바로 내 맘이 진동하고 있다는 증거일것이다.

 

 

몇편의 시도 암송하시고  노래도 직접 부르시고 자신을 보러온 관객 앞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았다. 

 

 

 

시인은  건너온 시간을 들여다 볼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누군가의 지나온 시간을 들여다 볼줄 하는 사람이 되라고도 하셨다. 남의 삶보다는 내 삶의 건너온 시간들은 어떠했는가?  지금은 어떤가 ?  아직도 용서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 그러면서  어찌 시 한줄이 나오겠는가 ?   그래서 시인을 존경한다.  내가 하고 싶으나 하지 못하는것  시를 쓰고 싶으나 결코 시 한줄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난 무조건적으로 시인이란 사람들을 존경한다.   특히 박시인처럼  '쓰지 않는 삶이 좋아 벌지 않는 삶' 을 선택한 그를 내가 존경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것이다.  향기로운 꽃 금목서를 만나던 날의 에피소드와 금목서를 통한 삶의 모습 또한 소박하다.   구례 장날  금목서 꽃을  살려고 하는 그에게 상인이 말했다  " 이꽃은 금목서와 은목서 두가지를 모두 사야 합니다"  "왜요 ? "   " 둘이 같이 가서 심어야 해요   암수 라서요 ..  "  " 전요 혼자 살기에 둘이 잘되는 꼴을 못봐요 "  그리하여 금목서 한그루만  사가지고 오셔서 집어귀에 심었는데  어느해 가을 화장실에서 변을 보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고 하시면서  드디어 내게서 향내가 나는구나    향싼 종이에서 향내나고  똥싼 종이에서 똥내 나는데  나는 향기가 나는구나 " 하시면서 행복해 했는데 그 행복한 맘이 오분을 못갔다고 하셨다.   그 향내가 바로  노오란 금목서의  향기 였다는 것을 알아내셨으니까...내코에는   시인의 삶에서도 금목서의 향기가 난다.  

 

 

시인은  가시연꽃의 지혜도 알려주셨다.  작은 수조 안에서는 작게 피고 큰 수조에서는 큰 꽃을 피운다고 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그 반대다.  그저 평수큰 아파트만이 최고라고 고집한다.  성공했다는 것은  큰평수와 좋은 차를 가져야만 성공했다고 믿는 인간의 어리석음...  가시연꽃은 좁은 수조안에 자라면서도 서로 꽃이 피는 순간 자기 자리만을 고집하지 않고 꽃자리를 내어주면서 꽃을 피울수 있도록  비켜준다고 하셨다.  이시대에 스승은 없다고 하지만 산자락 곁에서  오래 살다보니 시인을 일깨워주는 것들이 많다고 하셨다.  아직은 이 세상에 버림받지 않고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매일 매일의 삶이 고맙다고 하셨다.  자연은 참 위대하다.  아주 작은 풀꽃에서 부터 가을 하늘의 멋진 구름 날 감싸주는 감미로운 바람결  골고루 비처주는 햇살  어느것 하나  경이롭지 않는 것이 없다.  나도 자연속에 묻혀 그저 바라만 보아도  흥분이 되는 작은 자연의 탄생과 자람속에서 매일 매일 감사하면서 살고 싶지만  아직은 형편이 그모든것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표정이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다.   내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일까?  예술가 다운 면면의 모습들이 가깝지만 가까울수 없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든다. 술잔 한잔을 들고 있는 모습도 멋진 중년 남자의 포스가 보인다.   내눈에만 그럴까 ?

 

 

돈을 받고 무대에 선다는 프로 소리꾼인 이 아름다운 여자분이  오늘은 박시인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쑥대머리를  노래 하셨다.  아직 미혼이라는시는데  은근히 잘 어울리신다. 조금 부아가 나기도 하지만  ....  젊고 이쁘고 세련된 여자들  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세상에는 너무 이쁘고 젊은 여자들이 많다.  내가 상대할수 없을 정도로 ... 

 

강연회가 끝나고 박시인께 묻고 답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난 여러 시인들의 강연회를 다녔다.  그런데 단 한번도 묻고 답하는 시간에 용기를 내어 일어선적은 없지만 오늘만은 예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지만  난 세번째로 손을 들었다.   그리곤 마이크를 잡았다.   " 전 박시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손을 든 사람은 아닙니다. 단지 전 박시인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한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카페  박남준의 악양편지 라는 카페를  여러분께 알려드리려고 이렇게 용기를 냈습니다.  처음 제가 박시인을 알게 된것은  그분의 시 봄날은 갔다 라는 시을 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속에  나오는  아내에게 버림받고 자식에게 버림받은 한사내가 중얼거리는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라는 시귀를 읽는 순간  도끼로 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였습니다.  아 시를 이렇게도 쓰는구나  이런 단어도 시어가 될수 있구나 참 신선하다

이 시인의 머리속이 궁금해지네 ... 이렇게  나는 박남준 이라는 사람이 궁금하여졌고  그래서 그분이 쓰신 수필집과 책 서너권을 인터넷 서점에서 사서 읽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은 참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시인을 좋아하고 시를 사랑하기에 여기 이자리 까지 남아서 시인의 말을 듣고 있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전 정말 시를 쓰고 싶습니다.  단 한줄 이라도  지친 영혼을 달려줄수 있는  그런 감동의 시를 꼭 단 한번만이라도  쓰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

잘 생각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난 마이크를 잡고  악양편지 회원님들을 대신해서 박시인님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지만 그저 내바램에 불과한 어설픈 짓 이였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하고 후회하는 것이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덜 밎지는 장사라는 것은 안다.  

 

 

오늘 사회를 보신 감독님이 오래전에  두분이 연인이 되기를 바랬지만  서로의 인연이  필연은 아니였나보다   그래도 그옛날 자신이 돌아온길을 되새겨보는 시간 또한 주어졌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해본다.  이렇게 멋진 분들이 박시인 주변에는 너무 많다.   마지막에 두분이 서로 포옹하는 것으로 오늘의 행사는 막이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만나러 간다는 말에 꽃다발을 선물해준 모현동 언니.   난 이 이쁜 꽃다발을 차마 박시인께 전할수가 없었다.  아니 용기가 없었다.  용기란 지혜위에 성립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시인의 말처럼 난 단무지 같은 여자다.  단순하고 무식하고 지적이지 못한..

끝나고나서 난 용기를 한번 더 내었다.  박시인께 악수를 청했다.  그의 따스한 체온이 내 손으로 전달되었다.  오늘 하루 이 체온으로 행복지수는  백점 만점에 백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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