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어느 봄날의 일기

하동댁 2014. 3. 27. 02:14

 

 

오랜만에 시내를 나왔다.

거리엔 온통 봄꽃사태다.

내가 다리골절로  집안에만 있는 사이에

봄은 내게 온다는 기별도 없이 어느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 도착하여

나를 향해  소리 지른다.

" 나좀 봐주세요  내가 왔어요 "

 

봄꽃 구경을 하면서  동기생을 불렸다.

" 친구야 나오늘 또 구직활동 해야해

나랑 동행해줘 "

" 난 도저히 용기가 없어서 오늘 면접을

세곳이나 봤는데  수첩에 사인 해달라는

말을 못하겠어 "

" 너랑 같이 다니면서 다시 받아야해 "

" 알았어 "

 

" 근데 왜 말을 못해  당당하게 면접을 봤으니

이것 좀 써주세요 "

" 몰라  아직도 나한테 알량한 자존심이

남아있나봐 "

 

그녀는  두말도 하지않고 나를 데리고 교차로에 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저 교차로 보고 왔는데요  홀써빙 하실분 구하시지요 "

" 어느분이 하실건데요 ? "

내가 대답했다.  " 제가 할건데요 "

위아래를 쑥  훓어보던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말했다

" 이곳은 일이 힘들어서 나이먹은 사람은 못해요 "

" 예 알겠어요   "

" 그럼 제가 여기 왔다 갔다고 하는 사인만 해주실래요 "

주인 여자가 앙칼지게 대답했다

" 그런것 잘못써주면 큰일나요 "

" ..............................."

 

아니 뭘 잘못써준다는 거야  면접을 봤고  나이먹어서 당신 일 못할것 같아서 퇴자를

놓았으니  나라는 사람이 이곳을 다녀 갔다고  글자 몇자 쓰는것데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   

 

" 예 알겠어요 "

 

돌아나오면서 그녀가 말했다.   " 그냥  써주기 귀찬으니까 별 핑계를 다대네... " " 아니 뭐가

잘못이라는 것야  "   

" 선자야 내생각에는 너가 한다고 했으면 분명  합격이였어  내가 한다고 하니까 불합격이지 .. "

이 작은 식당도  홀써빙하는 사람  인물을 본다.   내친구는  여자답게  곱상하게 생긴얼굴에

키도 크고 피부도 뽀얗고 머리스타일도 긴 생머리다.   나는 구질구질한 옷에  머리는 반곱슬

딸애가 입던  겨울 외투  절둑거리는 다리  어느것 하나도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일을 할수 없기에  식당에 가서 면접을 보는 것도 형식적인 것이였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치장을 하고  조금 예뻐보일려고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난 자격미달인 것이다.

 

만약 내가 이 식당 사장이라면 나라도 난 조금더 이쁘고  인상 좋아보이는 사람을 채용하는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 첫인상으로 어떻게 그 사람을 다 알겠어  너가 얼마나 성실하고  손님들한테  친절하게 하는지

난 안봐도 다 알어  경희야 "

그녀가  날 위로해주는 말이라는것 다 안다.   고생한 그녀에게  커피 한잔 마시자고 했다.

부송동 도서관 으로  갔다.   싸고도 맛있는 커피 한잔을  자판기에서 꺼내고  푹신한 쇼파에 앉아서

도란 도란 이야기를 했다.

마침  도서관을 지키는 관리 아저씨가 우리앞으로 오셨다.   " 저희 여기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갈께요 "

" 그래요 ...    괜찬아요  "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예전에 계시던 관리 아저씨가 아니다.

" 아저씨 전에 계시던 분이 아니시네요     아저씨 바뀌셨나요  "

" 전에 아저씨 보다 한결 젊어 보이시네요  "

" 예 제가 전에 계셨던 분보다는  많이 젊습니다 "

" 그래서 보기 좋아요  아저씨 ....  "

 

이런  나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니 ?

식당 주인 여자 한테는  인물 보고  불합격 시켰다고  씩씩대놓고서는 지금  도서관 관리인 아저씨

한테는  젊어서  보기 좋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  참  나도 나를  이해 할수가 없다.

이 무슨  어불성설인지 .....

 

어쨌든  나이 많아 보이고  말한마디 안하시면서  뚱한 표정으로 앉아계시던 관리인 아저씨 보다는

자불 자불  말한마디라도  친절하게 하시는 이 젊은  관리인 아저씨가  순간적으로 호감이 가는것은

어쩔수 없는 인지상정인가보다. 

 

마치 그 식당주인 아줌마가 나보다는  더 이뻐보이는  내친구에게  호감이 갔던 것처럼 .....

 

 

 

[박남준 시인님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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