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2014. 1. 19일날의 일기

하동댁 2014. 1. 22. 11:47

" 엄마 나 이옷이 어울려 ?   아님 이옷 ?  "

큰애가 오늘 오프 라서 집에서 쉬는 날인데  점심을 먹은 다음에 부산하게 나갈 준비를 서두른다.

" 오늘 왜 이렇게 옷에 신경을 써   우리 큰딸은 뭘 입어도 이뻐 "

" 응 엄마 오늘 오빠네 부모님 만나는 자리야  그래서 조금 신경이 쓰이고 떨리네 "

삼년전부터 교제해오던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이제야  첫 대면을 하기로 했단다. 

" 엄마도 오빠 만나야지  언제가 좋아  아무때나 날짜 정해서 말해 "

" 알았어  엄마 다리 다 나으면 만나자  첫만남인데  다리 절룩거리는 모습은 보이기 싫어 "

" 참 큰애야 부모님 만날때 빈손으로 가지말고  뭐라도 사가지고가 "

" 엄마 뭘사면 좋을까 ?  "

" 글쎄  참 정관장에 가면 선물하기 좋은 것들 많이 있을꺼야  너무 비싸지 않은 선에서 골라 "

" 알았어  엄마   갔다올께 "

 

큰애 나이 벌써 28이다.   친한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기 돐이라고  돐잔치에도 초대되어 다녀온지 얼마 안되었고

봄 가을이면 결혼식장에  여자 친구로 참석한것도 여러차례 ....

이젠 정말 사귀고 있던 그 남자친구를 정식으로 부모님께 소개하는것을 보니 큰애도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할

나이가 된것같다.

 

 

 

큰애가 나간 방을 정리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에 심난하다.

" 엄마 나 결혼할때  아빠한테  연락해야해  ? "

" 너가 하고싶은대로해  엄마는  별로 보고싶지 않아 "

" 그래 엄마  그럼 나도 실은 연락하기 싫어 "

" 만약에 내가 사는곳을 알고  우리 오빠 연락처라도 알으면 아빠가 어떻게 나올지 안봐도 뻔해 "

" 엄마가 이해만 한다면 난 아빠한테 알리고 싶지 않아 "

" 참 입장할때 누가 데리고 들어가지 "

" 요샌 이혼한 가정 많아서  예식장에서 신랑 신부 함께  꽃마차 타고 입장하는것도 있더라 "

" 아 그렇구나  맞어  윤선이도 그렇게 입장했어  부모님이 이혼했거든 "

 

 

나도 웬만하면  남자친구 부모님앞에서 내딸을 아빠가 손잡고 들어가서 사위한테 인계하는 그런

정상적인 결혼식을 하고 싶지만  나역시 애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연락하지 말기를 바라는

맘이 더 많았다.  함께  이쁘게 살면서 자식 낳아 기르고  기르면서 서로 지지고  볶고 하는 세월속에서도

자식들은 자라고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양가 부모 자리에  당당하게 서서 인사받고   서로 덕담을

주고 받는 결혼식을 상상해본다.  큰애도 역시  가슴 한쪽이 시리도록  아플것을 알기에  마냥 행복해할수

만은 없다.     엄마가 너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지 못하고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않게 만든것도

나한테도 책임이 있음을  알기에  미안하고  죄책감에  어찌할줄을 모르겠다.

 

 

얼마후에는 나도 사위될 사람과 마주할것이다.   그날 난 어떤 말을 해줄까 ?

오늘  그날의 내 모습을 미리 상상해본다.   지혜로운 어머님 이신것 같어  이말 한마디라도 듣고싶다.

내꿈이 너무 야무진가 ? 

세월은 참 빨리간다  55키로의  전속력으로  무한질주를 한다.  

가는 세월 조금만 더 느리게  천천히 가게 하고싶다.    오늘 저녁 큰애는 어떤 얼굴로 들어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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