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바빴다. 물리치료도 갔다와야 하고 실업급여 타먹을려면 구직활동도 해야한다.
교차로에 구인광고난 곳을 물색해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일단 면접을 보러가야 한다. 가까운곳이 없다.
어쩔수 없이 먼곳으로 갔다. 종점인 집앞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 정도 걸려서 어느 한증막에 도착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전에 직장에서 일하던 아는 동생이 카운터를 보고있다. " 언니 여기 웬일이냐 ? 사우나 하러 왔어 ?" " 아니 ~~~ (?) 그래 맞아 사우나 할려고 " 구직활동 하러 왔다는 말을 못하고 난 돈 6000원을 내고 사우나 옷 한벌을 받아들고 여자 탈의실로 향했다. " 이게 아닌데 ~~~ 애구 못살어 " " 그래 어차피 한증막 왔으니 사우나 하고가자 " 그런데 나는 체질적으로 사우나를 싫어한다. 몸에 열도 많고 뜨거운곳이면 질색을 한다. 그래도 일단 옷을 받아들었고 여자 탈의실로 가서 옷을 벗고 샤워하고 난 후에 한증막으로 가서 온도가 높지 않은 소금 한증막으로 들어갔다. 자잘한 돌덩이들이 바닥에 깔려있다. 다른 사람들이 깔고 누었던 천위에 내몸을 뉘었다. 발끝까지 열기가 전해진다. " 그래 어차피 물리치료 하면서 찜질하는데 이곳에서 찜질이나 하다가자 " 그리 맘먹고 목침을 베고 누웠다. 내옆으로 수다스런 여자 두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남자들 얘기에 열을 올린다 " 글쎄 돈도 많은 사람인데 돈을 안써 다음에도 싼것 먹자고 하면 안만날꺼야 " " 그래 돈을 안써 ? 야 그럼 멋하려 만나 ? " " 돈도 안쓰는사람 .... " " 그치 언니 " " 언니 조금 나이 먹은 오빠 한사람 있는데 소고기 두근 샀다고 하는데 구워 먹자고 하거든 언니도 같이가서 얻어먹고가 " " 내가 사우나 끝나고 전화 한다고 했어 " " 애고 애들아빠 답답해 죽겠어 이재미 라도 있으니까 살지 .... "
남편 모르게 두사람의 남자를 잘도 만나고 다니는가보다. 안듣는척 하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는 나자신이 우습다. 무엇이 그리도 재미나는지 ..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모르는 사람들 애정사를 ....
한시간 넘게 한증막을 하고 휴게실로 나와서 아는 동생을 찾았다. " 저기 있잔아 나 실은 구직활동 하려왔어 여기다 사인좀 해줘야 하는데 ... " " 그랬어 언니 알았어 언니 우리 사장님한테 말할께 " " 언니 수첩줘요 " 아이고 다행이다.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수첩 내미는것이 조금은 덜 민망하다. 남들은 그냥 쉽게 말도 잘한다고 하던데 난 이카드에 구직활동 한 내용을 적는것이 너무도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동생이 챙겨서 내 수첩을 가지고 나왔다. " 고마워 이렇게 동생 덕을 보내 " " 점심 안먹었지 언니가 사줄께 " 따뜻한 밥한공기에 청국장을 맛있게 먹었다.
" 오늘 너 덕분에 언니가 참 수월했어 정말 고마워 " " 애구 언니 뭘요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지 "
지난번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간곳은 식당이였다. 도저히 혼자 들어갈수가 없어서 아는 언니를 전화로
불러내었다. " 언니 내가 칼국수 사줄께 나와 " 그리하여 찾아간 그곳은 일인분에 10000원이나 하는
닭한마리 칼국수 집이였다. 실컷 언니와 배부르게 먹고난후에 쭈빗쭈빗 써있다가 카운터 보는 분한테
어렵게 수첩을 내밀었다. " 저요 여기 직원 구한다고 해서 교차로 보고 왔는데요 " " 직원 구했어요 "
" 아 예 그래요 알았어요 "
난 그래도 일단 구직활동하러 왔으니까 여기에 사인좀 해주세요 라는 말을 못하고 돈만 이만원 쓰고 나왔다. 내가 잘아는 동기생 친구는 " 경희야 나는 구직활동 하면서 사인 받는것 너무 쉬워 왜 너는 힘들다고해 ? " " 몰라 일단 그곳에 들어가면 말이 안나와 그런말 하는것 자체가 " 그래서 하고 싶지 않고 말도 잘안나와 " " 넌 쉽게 말이 나와 ? " " 응 뭐가 어때서 사람구한다고 해서 왔는데 안된다고 하면 그럼 여기다
사인좀 해달라고 하면 되는거지 " " 그게 뭐가 힘들어 " " 그렇구나 넌 그일이 안힘들구나 나는 힘들어 "
그 구직활동 하는것이 싫어서 삼개월동안 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서 학원을 다녔다.
그동안은 수강기록만 있으면 구직활동을안해도 되는거였다. 삼개월 끝나고 다리 골절로 또 일을 못하는
상황이 온것이다.
지난번 고용센타 직원 앞에서의 내모습은 고양이 앞에 쥐였다.
" 지금 이 구직활동은 너무 형식적예요 인정할수가 없어요 "
" 그럼 어떻게 해요 다리가 아직 다 안나아서 취직할수가 없어요 "
" 참 내 ~~~~ " " 알았어요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구직활동을 해오세요"
" 네 고맙습니다 " 기어들어가는 작은소리로 난 몇번이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사는것이 참 녹녹치않다. 돌아서서 나오는데 내 구질구질한 삶에 화가났었다.
오늘 나교수님 글을 읽었다. " 꾸밈이 없는 자신의 삶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또 얼마나 지난至難한 일인가! 수치를 무릅쓰고 초라하고 비루한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몸서리치는 일인가! " 그렇다. 물론 나교수님은 시인에 국한해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맞는 말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발가벗져지는 것이다. 지금의 내모습이 적나라하게 ..... 샤인을 받고 버스에 올랐다. 저녁놀이 곱게 물들고 있다. 저 태양이 내일 다시 또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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