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영혼들이 유서를 써놓았나
아득하게 넓은 소금 호수
나의 눈은 재빠르게 수평선의
끝자락을 잡으려 했지만 놓치고 만다
마치 이승과 저승의 건널목에
미아가 되어버린 듯
몽롱한 현기증에 휘청거린다
빗금을 그으며 달려오는 햇살이 눈을
찌르고 초점을 잃어 바닥을 향하지만
유서의 문장은 읽을 수가 없다
바람의 살점이 떨어지고
해의 갈비뼈가 으스러져 만든
흰 뼛가루 같은 소금밭
무디었던 발바닥에
사각의 귀가 분질러지는 아픔
해체되어지는 문자들이 발가락
사이로 끼어들어 채 아물지도 않은
상처로 쓰리다
왈칵
옆구리에 달라붙어 있던 슬픔이
목울대를 건드린다
소금 낱장의 빈칸이 얊은 물사이를
일렁이고 당신과의 행간이 아득해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슬프도록 짜디 짠 문장을 읽으려
눈을 부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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