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가족 사진을 찍던날

하동댁 2022. 8. 15. 15:42

작은애가 사위랑 익산에 왔다.  사위는 삼성으로 옮기고 처음 내려오는 것이다.  이것 저것 궁금했는데 사위가 찬찬히 말을 해주었다.  삼성의 분위기에 맞추어 가는 중이라고 했다.  잘할것이라고 믿는다.  선택된 연구원 아니던가 !!!!   작은애도 내년에는 진급 대상자라서  더 열심히 일한다고 했다.  큰애가 이사하고 처음 만나는 날이라서 난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그리하여 집에 있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준비해서 큰애 집으로 갔다.  항상 가족 사진이 찍고 싶었다.  나로 인해 번져나가 가족이 된 한사람 한사람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큰애랑 작은애가  투닥투닥 했던 것들을 다 풀어버리는 날이라서 더욱더 나에게는 의미 있는 하루가 되는 날이다.   작은애가 삼성의 로봇 청소기를 선물해주었다.  큰애의 집에 참잘어울리는 이사 선물이다.  청소를 도맡아서 하는 큰사위가  엄청 좋아라 한다.   사위가 좋아라 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두아이가 다 카메라로 막찍은 사진 인데도 나름대로 잘나왔다고 좋아라 한다.  나역시 가족 사진이 생겨서소원을 푼 기분이다.처음에 가족 사진을 찍자고 하니 모두들 내키지 않는 표정 이였으나 엄마 소원이라고 하니 들어주자고 하는 말을 하면서  어색하게 카메라 앞에 앉아서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카메라 화면을 확인해보니 다들 이쁘게 잘나왔다.  나는 대만족이다.   당장에 컴 바탕 화면으로 바꾸었다.   

 

손주들과  둘째내외 

작은애도 애를 가졌으면 하고 내심 바라는 맘도 있지만 

둘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 또한 괜찮아 보여서 

굳이 자식을 낳아 기르라고 하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인생의 길중 두사람이 가장 원하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것 같다 

 

내 컴의 바탕 화면도 바꾸었다.  가족 사진을 배경사진으로 갖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소원 성취한날이다. 

 

우리 작은 사위는 유난히 사랑이를 좋아라 한다.  사랑이 역시 서울 작은애 식구가 오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은 동물이건 사람이건 다 통하는것 같다.  작은애는  저녁에 호텔로 잠을 자러 가면서도 사랑이를 데리고 갔다.  혼자 자는 사랑이가 불쌍하다고 하면서...  이날 나는 큰애집에서 손주들을  아침 시간까지 봐주어야 하는 당번이라서 사랑이 혼자 집에 있어야만 했는데  작은사위가 선뜻 사랑이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어제 저녁  사랑이는 호캉스를 제대로 즐기고 왔다.   작은애들이랑  죽은듯이 잠을 자고 일어났다고 한다.   

 

손주들을 봐주고 다음날 아침 손주 아침을 챙겨주는데  늙은 할매의 헛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인덕션 이라는 것이 난 익숙치가 않아서 항상 사용하면서 조심스럽다.  계란 후라이를 해줄려고 후라이팬을 찾아서  후라이를 완성후  불을 끄고 보니  이 하얀 판위에 탄자국들이 둥그렇게 그대로 보였다.  순간 아찔했다.  혹시 이 후라이팬이 인덕션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데 내가 사용했는가 하는 후회가 생겼다.   그 누런 탄듯한 자국은 한참을  힘주어닦아서  지웠다.  혹시나 안지워질까봐 노심초사 하면서  있는 힘을 다 주어서  렌지판을  열심히닦았다.   혹여나 큰애한테 원망하는 소리를 들을까봐  어찌나 열심히 닦아댔는지 모른다.  어느정도 닦았는데도 그래도 노란 자국이 남았다. 아침 딸애가 퇴근하여 왔다.   딸애한테 이실직고를 했다.  " 푸름아 이 후라이팬 인뎍션에 사용할수 없는거니 ? ":  " 아니 엄마 쓸수 있는거야 "  " 그래 아니 이 판에 자국이 그대로 나서 내가 힘주어서 닦았어 " " 엄마 그 후라이팬 닿는면이 지저분해서  사용하면 흔적이 남아요  그럴 때애는 베킹소다를 뿌려놓으면 되요 "  " 그래 ? 난 인덕션을 써보지 않아서 순간 당황했어 "   그러자 큰애가 인덕션위에 배킹소다를  조금씩 뿌려 놓은후  3분 정도 지난후 휴지로 닦아내니  흔적도 없이 엄청 깨끗하게 변했다.  최근 나오는 문명의 이기들과 친해져야 하는데  금방 따라가지 못하는 나는 어쩔수 없는 쉰내나는 노인네다. 손주 에게 물을 떠나 주는데 옆에 있던 은채가 한마디 한다.  " 사랑이 할머니는 이 정수기  사용하네요  신동 할머니는 이것 할줄 몰라서 항상 나한테 물어봐요 "  5살먹은 손녀가 또부러지게 말을한다.  나만 이집 살림에 어설픈것만은 아닌가 보다.  친할머니 역시 아직은 큰애네 살림살이에 익숙치 않는가 보다.  나이를 먹으니까  깜박깜박 하는 일들이 생겨난다.  아침에 전자렌지를  사용하는데 용기의 뚜껑을 열지 않고 데워서 용기가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려지지 않았다.  뚜껑을 열고 데워야 한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깜박 한것이다.  예리한 칼끝으로 힘을 주어 반찬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 감자 볶음은 모두 버려야 했다.  행여나 고무 바킹의 안좋은 성분이 음식에 녹아들었을것 같아서  음식물 쓰레기 통에 몽땅 버려버렸다.   어쩜 이렇게  순간적으로 바보가 되는지 모르겠다.  정신줄 꼭 붙잡고 잘살아야겠다.  절대로  뇌 세포가 다 망가져서 치매 노인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  이름도 자주 생각이 안나고  설명을 하는데  거시기 그게 뭐였지 하면서 한참을  이름을 찾는데 고생을 한다.  이 또한 노화되는 과정 이겠지 하면서 나역시 혹시 치매가 나랑 같이 살자고 할까봐 그것이 가장 두렵다. 그럼에도 오늘 치매를 인식하고 뇌세포 걱정하는 모습 또한 난 사랑한다.    오후 세시 작은애들이 서울로  떠났다.  사랑이도 나도 모두 힘이 빠젔다.  사랑하는 이들이 내곁에서 멀리 떠났다.  일박이일  추억만 안기고 ..... 오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