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스크랩] 텅 빈 나 /오세영/(낭송:단이)

하동댁 2018. 11. 8. 18:04

        텅 빈 나 오세영 나는 참 수많은 강을 건넜습니다 강을 건널 때마다 거기엔 이별이 있었고 이별을 가질 때마다 나는 하나씩 내 소중한 것을 내주었습니다 헤엄쳐 건너면서 옷을 벗어주었습니다 뗏목으로 건너면서 보석들을 주었습니다 배로 건너면서 마지막 남은 동전조차 주어버렸습니다 나는 참 수많은 산들을 넘었습니다 산을 넘을 때마다 거기엔 이별이 있었고 이별을 가질 때마다 나는 하나씩 내 소중한 것들을 건네주었습니다 벼랑에 매달리면서 슬픔을 주었습니다 비탈에 오르면서 기쁨을 주었습니다 고개를 넘으면서는 마침내 당신에 대한 그리움까지도 주어버렸습니다 나는 참 수많은 산과 강을 넘고 건너왔기에 내겐 이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고 더불어 당신께 드릴 것이 없습니다 나는 텅 비어 있으므로 지금 나는 내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나는 이제 아무 것도 아닌 나를 당신께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텅 빈 나를 더 반기실 줄 아는 까닭에.... "잠들지 못하는건사랑이다"중에서...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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