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없었으면
연기를 떠나 보내고
혼자 남은 집들이
더 쓸쓸했을 것이다
아직은 별의 기억이 있어
알맞게 흔들리는 나무와 숲들
마을의 수저 소리가 들리는 동안
숲은 새들을 불러들이고
풀들의 저녁식사 소리를 들어며
나물들은 잠을 청한다
한번 뿌리 내린 곳이
일생이 되는 나무들
한번도 밖을 나가본 일 없어도 나무들은 외롭지 않다
작년의 씨앗을 떠나 보내고 올해의 씨앗을 맺기까지
그들은 얼마나 조심스런 생을 운반해 왔는가
맑은 날 열매들이 햇볕의 쌀밥으로
식사하는 소리
비람이 골 가득 잠긴
산문을 여는 소리
푸름이 길을 끌고
산으로 올라가는 소리
나무들이 스스로 일으키며 즐거워하는 소리
봄 아니면 누가 숲의 옷을 갈아입히랴
비에 머리 감고
눈으로 이불 덮었던 숲을,
냇물이 하늘로 띄우는 기별을 듣고
잎새들은 일제히 음악이 된다
한꺼번에 초록이 되었다가 한꺼번에
주황이 되는
나무들의 마음을 이제야 알겠다
숲이 꿈꾸는 먼 별의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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