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소등섬의 달밤 )
섬
우리는 섬이되어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오고 가는 이 없는 끝없이 열린 바다
문득 물결 끝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그러나 넋의 둘레만을 돌다가 스러지는
불빛 불빛 불빛 불빛
외로움이 진해지면
우리들은 저마다의 가슴 깊이 내려가
지난날의 따스한 입맞춤과 눈물과
어느덧 어깨까지 덮쳐오면 폭풍과
어지럼움 그리고 다가온 이별을 기억한다
천만 겁의 일월이 흐르고
거센 물결의 뒤채임과 밤이 또 지나면
우리들은 어떤 얼굴로 만날까
내가 이룬 섬의 그어느 언저리에서
비둘기 한마리 밤바다로 떠나가지만
그대 어느 곳에 또한 섬을 이루고 있는지
어린새의 그 날개짓으로
이 내 가슴속 까만 가믐을
그대에게 전해 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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