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오래된 이야기 - 겨울 경춘선 중 - 신동호

하동댁 2018. 1. 15. 13:45




너무나 오랫동안 슬픔을 참으며

영겁세월  꿈보다 확실한 것은

이파리 하나로 성장해 가는 나무라고 이야기하였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떠나가며

사계를 건축하는 설계는

모래 속에서 이루어진 행위라고

한채의 집을 짓고 목수는 연장을 챙겨든다

다시는 아무것도 꺼낼게 없는 폐광 속에서

거미는 자신의 체액으로 자신이 살 집을 만들고

기약없는 기다림을 시작한다

오래지 않아 굵어진 입술로 주문을 외우며

본의 아니게 손님이 되어버린 나무는

오는 일요일 모래와 만나 황혼까지함께 있겠단다

그의 손이라면 어디 아라비아 사막이어도 좋겠다

수많은 가지를 흔드는 것은

어쩔수  없는 도리이다

한가하게  잠을 즐기지 못하는 까닭은

귀찮은 친구를 옆에다 두었기 깨문이다

조금만 어두워져도 살 속으로 기어든다

옆에다 둔다는 것을 참을 수 없다

둘 중 하나는 떠나야 한다

가끔 구름이 왔다가는 온만큼 빠르게 가버린다

너의눈 속에는 가끔 구름 낀날도 있다

맨살로 비를 맞아 뻣속까지 신경통을 일으키고

그럴때면 새들의 날개도 놀기 쓸어 떠날 수 없단다

어제는 사과를 보았다

호수에서 달이 뜨고 나무도 달을 키우는 재미에  살아간다

너무나 높고 넓게  비어버린 하늘

이젠 나도 키를 키워야지

밤이 되면 편히 살찌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모여드는 사내들

기어오르는 자

헤엄쳐 건너는자

너울너울 소리 없이 떠나다가

펄럭이는 옷자락을 붙잡고  우는 자

가을엔 결국 떠나지 못하고

나무는 잃었던 아름다움을 기억한다

나무가 눈꽃을 피웠다

스무 한해의 순백색 눈꽃

정말 오랜만에 웃어보았다

비가 없었더라면 여름잠을  잤을 거라고

나무는 동면하지 않는다

안심이다

저물 무렵 돌아온 황혼으로도 안심이다

살아있는 것은 무거운 짐이라고

유년을 팔아버린 할미꽃도

시들기 바로 그 순간에 후회했다

새로운 노래 환타지로 퍼진다

나무는 잔을 들어 건배하지만

넘치는 것은 눈물이었다

발밑에 흔적도 없이 시든

갖가지 꽃들과 꽃잎을 보면서

기다리던 겨울은 이것이 아니였다

봄이오면 기어코 떠나리라고

마지막 북소리 울리며

정말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