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물리치료 받던날

하동댁 2017. 9. 15. 01:11

 

 

나뭇잎들의 초록색 수런거림

바위에 자라는 이끼

골짜기를 나는 새

살에 와닿는 햇빛

온갖 종류의 나무와 이름모르는 꽃들 ...

난 그것들이 참좋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산으로 들로

헤매고 다닌다.   홀로 산을 다니던 나는 요새는 동료들과

자가용 한대로  이곳 저곳을  검색해가면서  산과 들로 동료들을

가이드한다.   야간 근무 나온날  난 어김없이 야간근무를 한 동료들과

가까운 남원 구룡폭포 계곡을 찾기로 했다.

" 넘 힘들지 않은 코스로 잡아요  이선생 "

" 난 발목이 안좋아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 가요 "

한샘의  문자를 읽고  검색해서  구룡폭포 순환코스로 장소를 정했다.

 

남원 육모정  춘향의 묘가 있는 곳에서  200미터만 걸어올라가면

구룡폭포  탐방을 위한 시작점이 나온다.

지난번  지리산 둘레길 1 코스를 혼자 걸으면서  이구간만

특별히 걷지 않고  남겨두었던 곳이기에 난 오늘  이코스를

선택한것이다.   계단을 내려오니 벌써 계곡의 물소리가

경쾌하게 우리를 반긴다.   구월의 햇살도 한줌 내볼을 스치고 지나가고 ...

좁은 산길을  사부작 사부작  걷는다.   푸드득 푸드득  놀란 새들이

날개짓을 하고   도토리 거위벌레가   알을 낳은   도토리 몇알이

우리가 걷는 앞길에 정확하게 낙화한다.

 

어미 도토리 거위벌레가 낳은  알은  도토리 속에서

무럭 무럭 성장할것이다.  넌 이제 뭐할거니 ?

도토리 거위벌레 알에게  묻는다.

 

산길을 걷는내내  구룡계곡의 물소리도 더 우렁차지고

넓은 암반은   햇살로 데워져 따스하다 

 온돌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구월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구룡계곡에 도착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경이로운 장면앞에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하고 ... 

 

 인증사진을 찍기에 정신없다. 

난 구룡폭포 앞에 있는 흔들다리위에서 

한껏 폼을 잡아 사진을 찍는다 

 

언제 다시 이곳을 오겠느냐고 

어쩌면 다시는 못올수도 있다고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일수도 있다고 

그러니 우리 맘껏 지금 이순간을  만끽하자고 

서푼어치 인생철학을   말하면서  우리는  하하 호호 

 

물소리를 들으면서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산을 내려왔다. 

난 산행시 항상 하산할때 조심을 한다. 

사고는 언제나 하산할때  난다고 하면서  모두들 조심 조심 

산을 내려가자고  말한 내가 

어느 순간 오른발이 살짝 비틀어지면서 약간 꺽이였다. 

 항상 사고를 당한 발목이 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산행을 하는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조심 조심 하면서  내려왔는데 

두꺼운 등산화가 그래도 내 발목을  어느정도 지켜주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살짝 통증이 왔다  발을 디딜적마다  오는 통증으로 인해 

힘이 균형이 안잡혀서  절둑거렸다. 

 

한참을 내려와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발을 보니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것은  부어오르지 않고  멍들지도 않은 것을

보니 실금이 가거나  골절은 아닌것이  확실하다.

 

참 내가 무슨 의사라고 ....

그래도 몇번의 골절과  실금을 경험한 나는

이젠 상태를 보면 어느정도  감이 잡힌다.

 

그만하기 다행이다.   그래도 감사하다 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마침 휴무라서 집앞에  병원으로 물리치료 라도 받을려고

가까운 집앞 병원을 갔다  

아 물론 다리만 받은 물리치료는  자주 받아보았지만 ....

오늘은 좀 달랐다.   젊고 힘있어 보이는 물리치료사가 묻는다

"다리만 하실건가요  전체 다 해드릴까요 ? "

이건 또 뭔말인지

" 예 전체를 다한다는 것이 뭐예요 ? "

" 처음오셨어요  ? "

" 예 "  " 발만 하는것이 아니라  찌푸둥한 곳을 다 맛사지 해린다고요 "

" 그럼 해주세요  "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몸 구석 구석 맛사지를 받았다.

세상에  세상에 ...

몸을 마구 비틀기도 하고  팔굼치로 누르기도 하고 

엎퍼진 상태에서  전문가의 손길을 느끼면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 오메 이런 맛사지 저 생전 처음이에요 "

아프면서도 시원하고  마치 의사가 토닥토닥 아픈곳을

치료해주는 것처럼  그 젊은 물리치료사님의 손길이

내 온몸에 힘을 가할때마다 나는  아픈곳이 다 낫는것 같은

착각에 빠젔다.  한참을  그 젊은 물리치료사는  온힘을 다해

나를 위해 치료를 해주었다.

 

뻐근했던 몸이 시원하게 풀린기분이다.

발목 역시 물리치료를  받고나니 한결 부드러워졌다.

가끔은  이렇게 전문가의 손길을 느껴보는것도  괜찬은 일인것같다.

 

나오는 길에  사진 한장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사모님 깨서 흔쾌히 허락하신다. 

단돈 6000원에  몇년의 피곤과 어깨 뭉침  발목의

시원찮은 부분까지  모두다  정상으로 되돌려진듯한

이 무한 행복감은  뭐지 ....

 

이곳 자주올것같다.   전신 물리치료 받으러  

물리치료를 받고   조금은 경쾌해진 발거움으로

집으로 향하는길  하늘의 구름이 나를 따라온다.

 아 참 멋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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