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에는 갈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권 재 효
철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가끔씩 홍방울새가 날아오르는 갈대숲
물막이 둑을 따라 걸어가는 두 사람
가을 하늘에 뿌려지는 과장된 그녀의 웃음소리
이별을 예감한 남자의 긴 그림자
갈대밭에는 갈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을 이 둑길
저마다의 사연들이 갈대숲에 숨어 있다가
바람이 일 때마다 수런거렸다
그 끝머리쯤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지웠던 짐을 내려놓았다
가벼워지지 않는 어깨
돌아오는 길은 오히려 휘청거렸다
어느 땐가 그들은
이 갈대밭을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공허한 바람이 일상의 문을 넘나들 때쯤
가을의 전설 하나를 기억해 내고는
문득 둑길을 걷고 싶어질지 모른다
홍방울새가 날아오르는 저편을 바라보며
한숨지을는지 모른다
잠시 눈시울을 붉힐지도 모른다
출처 : 내 마음 속 너도밤나무숲
글쓴이 : 나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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